‘인수합병(M&A), 말만 무성했다!’
올 한해 국내 인터넷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단어를 들라면 단연 ‘M&A’가 꼽힐 정도로 M&A는 업계 전반을 뜨겁게 달궜다. 인터넷업계에서는 신규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업경쟁력의 근간인 트래픽량 증가의 방법으로 가장 선호되고 있는 게 M&A다. 해외에서는 NHN의 중국 아워게임 경영권 인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미국 라이코스 인수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런 목적으로 터졌나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년 내내 소문만 무성했을 뿐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해당기업의 기업문화, 인수격차,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 한국적인 정서의 차이가 M&A 성사를 막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말만 무성했던 ‘설’=올초부터 인터넷업계에서는 이름있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M&A시장에 나왔다는 말이 돌았다. 이 가운데 실적부진에 시달리던 지식발전소, 네오위즈 등이 끊임없이 물망에 올랐고 인수기업으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KTH 등이 유력하다는 설이 파다했다. 심지어는 다음과 NHN 등 간판들도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기업의 인수대상에 올랐다는 말들이 증시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글로벌기업들은 다음이나 NHN 등의 인수를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다만,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어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이었던 KTH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M&A도 불사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지만, 결국 단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왜 실패했나=인터넷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내에서는 이미 트래픽량 증가가 한계에 도달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비슷비슷하거나 그만그만한 규모의 사이트들이 무수히 많아 업계의 구조개편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간 시각 차이는 아직 너무 크다. 왠만한 중소기업들 조차 1000억∼2000억원 가량을 요구하고, 다음·NHN 등은 1조원이 넘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아무리 가격이 높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인수가 가능하겠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인수 조건으로 경영권 보장을 내거는 등 피인수대상 기업 CEO들의 욕심도 M&A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상장 기업의 경우 공개 매수를 실시해야 하는 어려움과 대주주간 복잡한 이해관계도 M&A 부진의 이유로 꼽혔다.
◇내년에는 더욱 많은 시도 있을 듯=현재 인터넷 시장은 다소 정체기를 보이고 있지만, 유·무선통합서비스와 TV 포털 등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업계의 M&A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경기 상황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인수가격도 올해 보다는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만큼 가격 수준이 맞춰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인수했던 것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에 앞서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지만 M&A가 본격화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장은기자@전자신문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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