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한국석유공사 동해-1가스전

‘산유국의 꿈을 이루었다.’

비록 원유는 아니지만 천연가스가 생산되고 소량이나마 초경질유도 생산된다. 한국의 영해에 시추 플랫폼을 세울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김해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30여분 동쪽으로 날다보면 사진에서나 봄직한 웅장한 플랫폼이 있다. 폐가스를 태워 없애는 불꽃이 마치 성화처럼 타오르고 있다. 365일 단 하루도 이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산유의 상징으로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펄떡이는 심장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 곳이 3공화국 시절 그토록 애원했던 산유의 꿈을 실현시킨 곳이다. ‘동해-1가스전’

정확히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에 위치하고 있다. 동해-1가스전 2500억 입방피트의 가채매장량을 갖고 있다. LNG로 환산할 경우 약 500만톤이다. 일 생산량은 평균 5000만입방피트로 약1000톤에 이른다. 연간 40만톤의 LNG생산이 가능하다.

매장량으로 볼때 생산기간은 약 15년(2004∼201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기간 LNG 수입대체 효과는 총 12억 달러 이상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천연가스가 나온다고 하지만 동해-1가스전에서 생산되는 LNG는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의 약 2.2%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한국석유공사 가스전 관리사무소 부범석 소장은 “평생을 바쳐 유전을 개발했지만 우리 바다에서 가스를 직접 우리 손으로 채취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며 “대규모 가스전은 아니지만 산유국이란 영예를 얻은 것은 ㄱ구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1가스전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해저광구를 설치해 놓음으로써 그동안 채산성이 맞지 않아 개발을 미루어 왔던 인근 가스전 개발도 가능해졌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플랫폼을 설치해 놨기 때문에 가채량이 많지 않은 소규모 가스전 개발도 수지가 맞게된 것이다.

웅장한 플랫폼의 거대한 기계들이 산유 한국의 자부심을 갖게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정작 이 곳에서 근무하는 한국석유공사의 직원들은 악전고투의 생활 그대로다. 육지와의 교통수단은 헬기와 운반선이 전부다. 또 바다는 우리의 영해지만 하늘은 일본의 영공이다. 따라서 비행시 일본에 신고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한번 근무하면 2주 동안은 플랫폼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귀양살이(?)를 해야한다. 초대형급 태풍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피신해야 하는 상황 등 비상상황을 제외하곤 플랫폼과의 동거를 피할 수 없다. 동해-1가스전에서 가스생산을 담당하는 이재형(37) 한국석유공사 과장은 “2주 근무후 2주 휴가는 생활의 패턴을 바꾸어 놓아 다소 힘들긴 하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고 있다”며 “대부분 근무자들이 자원해서 들어온 만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상주자는 한국석유공사 직원 29명, 외국인 엔지니어 11명, 식사조리·응급구조(의료요원) 용역직 12명 등 52명이다. 2교대 근무로 26∼27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이중 외국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또 주변 경계를 하는 경비선이 항시 주위를 살피고 있다.

이 과장은 “얼마전 오징어잡이 배가 플랫폼의 기둥을 박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선장이 잠깐 졸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가 작고 속도도 느려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주위경계를 소홀히 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1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것은 천연가스와 초경질유 콘덴세이트. 해저 2400∼2700m의 해저암반에서 가스와 초경질유를 뽑아올려 68㎞ 떨어진 울산의 육상처리시설로 보낸다. 육상처리시설에서는 가스와 석유를 분리한뒤 가스는 인근 한국가스공사에 콘덴세이트는 S-오일에 보낸다.

“산유국의 꿈이 실현되기는 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에너지 강국이 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동해­1가스전의 폐가스 소각타워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 소장의 의지가 결연했다. 석유맨(?)들의 자부심을 나타내듯 오렌지색 작업복이 검푸른 바다빛과 묘환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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