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할 것인가 아니면 상쟁할 것인가. 대답은 들으나 마나다. 누구나 상생 쪽에 손을 들 것이다. 세상 살면서 누가 가족 간에 또는 이웃 간에 싸우고 싶겠는가. 가급적 사이좋게 오순도순 잘 지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실제 우리는 화창한 봄날씨처럼 서로 인정을 나누며 정겹게 살고 싶다. 상생은 화합의 길이요, 상쟁은 파멸의 길이라고 모두 지적한다. 살면서 싸워봐야 득되는 게 별로 없다. 설령 싸워 이긴다 해도 상처는 남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모두 상생을 실천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상생은 사라졌는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렇게 됐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 반대다. 상생은 보기 힘들고 상쟁은 그칠 줄 모른다. 서로 다투는 목소리가 시끄러운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상쟁을 바라는가. 이는 더욱 아니다. 국민은 상생을 바란다. 그래서 하루빨리 지금의 경제난이 해소되기를 갈구한다. 내수가 되살아나 일자리가 늘어나며 수출이 잘돼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서로 타협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특히 국회가 이런 사회 갈등과 분열을 수렴해 통합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상생을 말한다. 국회 입성 전에 민의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행동은 거꾸로 한다.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나와 있는데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 싸우지 말고 민생법안과 새해예산을 처리해야 하는데 여전히 상쟁에 몰두하는 구태를 보인다. IT뉴딜과 벤처, 과기정책 등이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니 정치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이는 건 당연하다. 국민한테 욕 먹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은 제대로 안하면서 세비와 수당까지 받아갔다. 기업에서 일 못하면서 월급받아가는 직원은 없다. 국회가 발등의 불인 시급한 현안을 제쳐 놓고 싸움만 벌인다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욕 먹을 일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민생법안과 예산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필요한 예산을 제때 지원해야 일을 할 게 아닌가.
이런 가운데 나온 휴대전화기 생산업체인 팬택의 노사 간 상생 사례는 가히 감동적이다. 요즘 기업인들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내수경기 침체에다 수출 부진, 노사 갈등 등 삼중고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팬택의 상생 사례는 질화로 같은 느낌을 준다. 대강의 과정은 이렇다. 박덕규 팬택 노조위원장은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기술 개발을 위해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쉽지 않은 결론이었을 게다. 각자 자신의 주머니 사정과 연관된 문제니 이견이 없을 리 없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박병엽 부회장은 임원의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일반 사원의 임금은 10% 인상키로 했다고 한다. 임금 인상을 놓고 수많은 기업이 분쟁을 벌인 일과는 극히 대비되는 일이다.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임금 동결을 제의한 노조위원장이나 사원 임금 인상을 결정한 최고 경영자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조합원의 애사심과 이에 보답하려는 경영자의 마음 씀씀이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모두 배워야 할 점이다.
흔히 노사는 공동운명체라고 한다. 수레의 두 바퀴라고 말한다. 한 바퀴가 빠지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하지만 말로는 그렇게 하면서도 노사 간 협상에서는 이런 점이 배제되는 일이 허다하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올해 마지막 달 세월의 뜀틀에 선 지금 우리는 서로 아상(我相)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상생의 첫걸음이다. 팬택의 사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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