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02년 5월 미국 볼티모어에 설립한 현지 법인에서 직원들과 함께한 필자(오른쪽서네번째).
잉크테크는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며 수출 국가도 120여 개국에 달한다.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브랜드로 꾸준히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설립 후 처음 2년 동안은 국내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 후 해외 영업에 나서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브랜드가 더욱 알려졌다.
“한국의 조그만 중소 기업이 해외로 제품을 수출한다. 그것도 주문 생산(OEM)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로 작심했을 때, 제품을 들고 무작정 전세계 지역의 바이어를 찾아 가는 게 일이었다. 이들을 만나 제품을 보여주고 설득하면서 잉크테크 로고를 붙인 상품이 전세계로 뻗어 나갈 날만을 고대했다.
93년 10월, 드디어 첫 결실을 맺었다. 태국에 소량이지만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 선적하는 날,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고 미래를 위해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시 2000달러 남짓한 물량을 수출하던 태국은 지금은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소량이지만 조금씩 수출을 하고,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여러 차례 OEM 제안을 받았다. OEM을 받아들이면 회사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의존하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어 끝내 종속 관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고민 끝에 회사 고유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더디지만 자사 브랜드를 고집했다. 세계 곳곳의 전산 소모품 매장에서 잉크테크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지금, 그때의 판단은 현명했다는 생각이다. 잉크테크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고 2002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10여 년 동안 고수해 오던 ‘100% 고유 브랜드 수출’을 OEM과 병행하기로 했다.
브랜드 인지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외형 확대를 꾀하기 위함이었다. 해외 진출 성공은 현지 협력업체와 커뮤니케이션에 달려 있다. 현지 업체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소량 주문일 경우라도 출하를 진행하고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한번은 해외 유통망이 5000 달러의 주문을 하면서 1만 달러가 넘는 마케팅 비용 분담을 요청해 왔다.
당장 계산으로는 손해지만 해당 국가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결과적으로 더 큰 거래가 가능했다.
제품의 품질은 회사의 신뢰와 직결된다. 해외 진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95년의 일이다. 해외 총판에서 제품 불량 제보가 접수됐다. 수출 일부 제품의 카트리지 센싱 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체 조사를 거쳐 실제 사용에는 무리가 없는 작은 결함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러나 당시 전세계에 수출한 해당 제품 전량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리콜 규모는 당시 회사 매출의 10%에 달했고 자칫 잘못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험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내에서도 리콜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그렇지만, 한번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잉크테크를 신뢰하는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이런 노력으로 잉크테크는 독자 브랜드로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 시장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남미· 동유럽 등 대기업도 진출하기 어려운 곳까지도 ‘코리아’의 브랜드를 날리고 있다.
kcc0412@inktec.com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4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7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