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산업 살리기

지난 8월 ‘SW산업 죽이기’라는 칼럼을 게재했을 때 많은 분이 격려의 댓글을 올려준 기억이 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SW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와 달리 실제 예산과 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질쳐 또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주요 내용이었다.

 2004년이 한 달 남은 지금, SW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다시 엿보이기 시작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기관의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SW 구매와 시스템 구축 및 SW 개발금액을 포함한 내년 공공 부문의 전체 SW 관련 예산은 1조466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보다 22%나 늘어난 수치다.

 아이파크를 한국정보통신진흥센터로 통합하기 위한 법안을 재논의키로 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SW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아이파크가 타 기관에 흡수된다면 연간 1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SW 수출을 지원하는 창구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W기업들을 키우기 위해 국산 SW의 우선구매제도 확대 등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SW산업 육성 정책이 헛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으로는 충분치 않지만 이 같은 노력은 정부의 SW산업 육성 의지를 기업들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공은 다시 기업들에 넘어왔다. 정부의 노력을 능가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만이 우리나라 SW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핸디소프트·한글과컴퓨터·티맥스소프트·안철수연구소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내년도 매출 목표가 500억원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겨우 500억원이냐는 비아냥도 있지만 SW업계에서 500억원이 갖는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세계 100대 SW기업에 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간 매출이 2000억원, 50위권 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3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면 내년에 500억원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100위권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매출액 500억원이 눈앞에 다가왔듯이 세계 100대 기업 진입도 결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외국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인수합병(M&A)으 꼽을 수 있지만 국내 기업 문화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은 전문분야별 선두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백화점식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내수나 해외시장에서 분야별 특화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선두기업 간 제휴가 이루어진다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삼성전자나 SKT와 같은 국내 글로벌 기업과 SW업체 간 자본참여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한글과컴퓨터, SKT와 안철수연구소의 제휴가 이루어진다면 세계 SW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은 분명하다.

 국산 SW가 삼성전자나 SKT와 같은 초대형 기업들을 레퍼런스 사이트로 확보한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영업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글로벌 기업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존 사업 외에 SW사업을 추가로 벌일 경우 국산 SW의 수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게 SW업계 경영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2004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정부와 기업 모두 우리나라 SW기업들이 세계 100대 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당장 내년부터라도 하나 둘씩 실천해 보자. 우리의 SW가 없는 IT 강국은 그야말로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