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이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으로 일하던 90년대 말의 일이다. 초고속인터넷 열풍이 전국을 휩쓸던 시기였다. 영국 BBC 기자가 이를 취재하러 왔다. 변재일 당시 실장이 그 기자에게 정보화의 성과를 안내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PC방이 전국에 들어서는 모습, 너도 나도 e메일 계정을 만들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모양을 생생히 보여줬다. 그야말로 IMF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던 정보화 열기였다.
변 실장은 그러나 이를 고스란히 취재해간 기자가 내보낸 방송 내용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기자는 PC방이며, ADSL이며 이곳 저곳 소개한 다음 이렇게 마무리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손쉽게 섹스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정보화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불륜 같은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었죠. 인터넷을 전국에 까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그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변 실장은 이 때문에 몇 년 뒤 지식정보화에 따른 사회, 공공, 문화, 경제의 변동을 살펴보는 메가트렌드 연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올해 초 세미나를 개최해 1차연도를 정리하고 실제 사례를 연구하는 2차연도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후 초선의원으로 등원해 과기정위에 들어간 변 의원은 이 연구의 내년 예산을 20억 원으로 두 배 늘리고 과제 분야도 9개로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통부 예산 수 조원 중 정보화 역기능 예산이 80억여원에 그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변 의원의 머릿속엔 아직도 BBC 기자의 리포트가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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