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중견·중소 휴대폰 업계 종사자들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텔슨전자·세원텔레콤 등 국내 휴대폰 산업의 허리를 뒷받침해 온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기업회생 프로그램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다른 업체들은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센터와 CDMA연구센터 매각이 기술유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26일 열린 제41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는 브이케이, 이노스트림 등 신흥 휴대폰 생산업체들이 각각 2억불,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굴뚝 벤처기업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과 중견 단말기 제조사들의 쇠퇴와 대비되면서 이들 기업의 수출탑 수상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올 들어 휴대폰 업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금융기관들의 까다로운 신용평가, 차입금 상환 부담 등의 난관을 뚫고 이룬 결과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소 휴대폰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앞다퉈 간담회를 개최하고 수출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업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만난 중견 휴대폰 업체 사장은 정부의 지원대책이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며 “특히 LCD업체, 플라스틱 사출회사 등 휴대폰 관련 부품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수출탑 같은 상보다는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말로 불만을 드러냈다. 간담회에서 제기됐던 업체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사후대책 수립이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무역의 날을 맞아 ‘수출만이 살 길이다’ ‘모든 길은 수출로 통한다’라는 70년대 슬로건이 새삼 떠오른다. 수출특별융자 이자율 6%, 수출용 원자재 수입세금 면제, 수출소득 80% 감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두운 터널을 헤쳐가고 있는 중소 휴대폰 기업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다.
IT산업부·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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