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방지법 무엇이 문제인가](하)어떻게 조정되나

"규제·간섭 꼭 필요한 선에서"

한국원자력연구소와 국방과학연구소는 ‘가’급(최상위) 보안관리규정이 적용되는 국가연구기관이다. 소속 연구원들은 과제수행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열람할 때마다 기록을 남겨야 하고 연구과제를 정기적으로 상급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거의 모든 자료보관함에는 2중 잠금장치가 돼 있으며 외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한 물리적 방어체계(3중 철책)까지 갖췄다. 외부로 논문을 발표하려면 까다로운 사내 심사와 연구단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의원입법 발의된 기술유출방지법은 국내 기업·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내 연구소의 보안관리 기준을 ‘가’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여놓을 전망이다. 기업·대학·출연연에서 개발된 첨단·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국가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일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과기인 보호=법안 대표 발의자인 이광재 의원실(열린우리당) 원선희 보좌관은 “정상적인 기술 이전 및 거래 행위에서 유발된 선의의 피해를 구제·보상할 수 있는 조항을 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장 연구원들이 ‘불필요한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력 및 기술개발 실태조사, 보안교육 등도 ‘꼭 필요한 선’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정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 보좌관은 “과학기술기본법 제31조에 따른 과학기술인 우대조항, 직무발명보상제, 이공계지원특별법 등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현장 연구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다소의 ‘불편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유출의 심각성을 가장 크게 실감하는 산업자원부 역시 현장 연구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 의견을 공개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광재 의원이 입법발의 직후 관련 3개 부처 담당과장 회의를 열어 법의 공정성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또 과학기술인연합의 리더급 인사도 만나 서로의 입장을 주고 받았다.

 산자부 고위관계자는 “과학기술인연합의 주장이나 잘못된 법의 조항들은 공청회와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투명하게 정리하면 될 것”이라며 “모든 의결조치 사항은 일방적으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절차를 밟아가며 서로의 주장을 논의하고 수렴할 예정으로, 이번 입법은 무엇보다 국익우선의 차원에서 이해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협력=기술유출방지법 갈등이 첨예화된 이후 정부 일선 부처에서 작은 결실을 거뒀다. 법에 따라 새로 설치할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칭)의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과학기술부총리로 바꾼 것. 특히 위원장 1인(과기부총리)을 포함한 25인 이내의 위원 중에 5인 이상의 전문 과학·산업기술인을 포함시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키로 했다.

 입법절차상 협력관계를 가져야 하는 산자부로서도 보호 대상의 범위 등 기술유출방지법의 효율화에 최대한 역점을 두고 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유사법, 기술유출의 구체적인 사례 등을 알려주고 논의를 거쳐 서로의 이해를 구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우리나라 남성 연구원들이 군대를 다녀온 후 박사학위를 따면 대략 33∼34세가 된다. 이후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6∼7년씩 근무하면 40세 무렵에야 정규직으로 임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과학기술 일자리를 더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 연구원들은 상근(정규직)이 되기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에 주목, 제 2의 과학기술입국(과학기술중심사회)을 선언하고 이공계지원특별법과 같은 ‘당근’을 마련했지만 행정의 현장 구현이 늦어지면서 과학기술인들의 반발 원인을 제공했다. 현장 연구원 사기진작이 첨단·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선결과제일 것이다.

  이경우·이은용기자@전자신문, kwlee·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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