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정감사 때 문화관광부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거래 시장 규모가 최대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4조원 정도인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에 비춰볼 때 이른바 ‘게임시장의 지하경제’로 불리는 아이템 시장이 전체 온라인게임시장의 2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문화부는 이에 대해 음성적인 아이템 거래나 게임중독 현황 등을 포함한 게임 역기능 실태조사를 하고 대처 방안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문화부에서 말하는 아이템 거래나 게임중독 현황 등을 포함한 ‘게임 역기능 실태조사’라는 표현은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사회 코드를 마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게임 이용자와 온라인 게임 시장에 관여된 이해 당사자 간의 자본주의적 병폐로 격하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 형성된 또 하나의 대한민국 속에서는 수많은 구성원이 함께 생활하며 만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사용자는 가상의 사회에서 또 다른 무리를 짓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사회 규범과 문화를 탄생시킨다. 이러한 다양성이야 말로 온라인 게임의 진정한 매력이다.
인류가 출현해 사회를 구성하고 또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수가 증가해 모든 다양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도 항상 유지됐던 기본 보안 체계는 바로 인증이다. 가상의 사회에서도 보안 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현재 온라인게임상에서의 보안 체계는 너무도 허술하다. 가상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요소는 캐릭터뿐이다. 이를 위한 인증은 비밀번호가 전부다.
가상사회의 혼돈 현상은 우리 게임업체들의 인식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현재 개발된 대부분 온라인 게임은 전문화된 게임 개발자와 게임 기획자의 시나리오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가는 가상 사회를 구성하는 전부는 아니다.
최고의 온라인게임 개발 국가로서 이제는 ‘게임을 게임답게’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의 미래인 가상 사회로의 단계적 여행을 노려봄이 어떨까 싶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상 사회에 적합한 보안체계가 함께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강신범 소프트포럼 기반기술개발실장 mulder@soft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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