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팔찌 전성시대’다. 단순한 액세서리에서 커플의 애정을 확인하거나 미아식별 기능, 화폐 기능 등을 갖는 쪽으로 발전하더니 최근에는 건강 기능을 부가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건강 팔찌는 영국의 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차고 나오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인간의 인체에 가장 좋은 0.06㎃의 전하를 발생시키는 유일한 전기석이라는 ‘토르말린’이라는 물질로 만든 제품에서부터 원적외선을 발산한다는 맥반석을 비롯해 마그마·실리콘·옥 등 성분도 다양하다. 가격도 중저가에서 고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팔찌는 원시시대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기원전 3500년 고대 이집트의 조개껍데기를 줄에 꿰어 만든 팔찌가 등장했고 이어 상아·청동 등으로 소재가 바뀌었다가 기원전 300년에 이르러 금 팔찌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동삼동 유적과 통영 조개더미에서 팔찌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신석기시대부터 착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상류층에서 사용한 장신구로 사슬·나선·고리 모양이었으나 중세에 들어와 의복으로 몸을 가리는 것이 중요시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삼국시대에는 널리 착용됐지만 조선시대에는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팔찌가 다시 등장한 시기는 15세기경으로 우리나라와는 반대다. 서구에서 팔찌는 의복의 노출부분이 많거나 의복이 단순할 때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그런 의미에서 팔찌가 많이 팔리고 있는 것 같다.
과거 팔찌는 용사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수단으로서의 용도가 있었다. 고대 북구의 왕은 기사에게 팔찌를 하사했다. 팔찌를 아까워하는 왕은 부하에게 버림받거나 나라가 쇠약해졌다. 팔찌가 훈장이나 보상의 표현이었던 만큼, 덜 하사됐다는 말은 아래로부터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가 그만큼 없었다는 말과도 통한다.
이를 지금으로 옮겨와 적용해 보면 어떨까. 최근 여론대로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가에서 주는 팔찌를 차지 않겠다고 할는지도 모른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고 전쟁이 나도 전선에 나가겠다는 젊은이도 줄어들고 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예전과 같은’ 애국심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경제과학부 허의원차장@전자신문, ew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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