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도 참여하기로 했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요.”
지난 8일 두루넷 인수의향서 마감시간(오후 5시)을 갓 넘겨서 한 통신사업자로부터 급히 전화를 받았다. 시티그룹파이낸셜프로덕츠(CFP)가 전격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것. 당초 알려진 대로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의 2파전으로 예상, 마감시간 전에 기사를 작성했던 대부분의 기자는 초판에 오보를 날렸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 독자들은 2파전으로 인쇄된 신문을 받아 봐야 했다.
두루넷 인수를 위해 공개 기자회견까지 열고 인수 목적과 자금조달 계획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과는 다르게 CFP는 아직도 실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CFP의 실체, 배후, 참여 의도를 추측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시티그룹 산하의 부실자산인수펀드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이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내통신시장에 왜 뛰어들려 하는지 알 수 없다. 가입자 130만명을 보유했으며 초고속인터넷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두루넷을 인수하겠다면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CFP는 투기 자본의 전형적 생리인 듯 나서지 않고 뒤에만 숨어있다.
문제는 CFP가 입찰서 제출 전에 실체를 공개하든 말든, 확실한 것은 국내 통신시장이 허약함을 드러내는 꼴이었다는 점이다. 하나로텔레콤이나 데이콤도 모두 외자를 동원해 두루넷을 인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IT강국을 실질적으로 견인할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외국계 자본의 ‘놀이터’가 됐다. 외국자본은 통신시장의 안정화, 이용자 후생 보장 등의 소비자 이익과는 상관없이 싼 값에 매입해 비싸게 파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국내 통신시장이 외자의 이익실현 장으로 변질한 셈이다.
서비스뿐만 아니다. 휴대폰 단말기 분야도 견실한 중견 업체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외국 자본의 인수합병만 기다린다. 더욱이 그 외국자본의 대부분은 기술 이전을 바라는 중국 기업들이다.
자본에는 국경도 없고 정서도 없다. 글로벌 시대다. 하지만 외국 자본은 이렇게 열심인데 국내 자본이 모두 침묵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이 지경까지 흘렀는지 정책 당국은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그래야 통신 구조조정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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