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게임, 18금 게임, 야게임, H 게임 등 일본 성인용 게임에 대한 명칭은 많다. 국내에서는 이를 모두 성인용 게임으로 통칭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조금씩 다른 게임이다.
미소녀가 등장한다고 모두 18금 게임은 아니며 야한 게임도 아니다. H 게임은 본격적인 섹스신이 등장하고 여성의 알몸이 모두 드러나지만 스토리에 따라 탐정물이나 추리, 슈팅, 격투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하지만 성인용 문화에 대해 극히 민감한 국내 정서상 일본 성인용 게임은 원작 그대로 국내에 들어 오지 못했다. 일부 게임이 비공식적으로 발매된 사례가 있으나 정사신이나 야한 부분은 모두 삭제되고 수정돼 평범한 학원 연애 게임이 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심의와 국내 정서도 많이 완화돼 지난 9월 9일 밍크의 ‘미션 오브 머더’가 최초로 ‘18세 이상가’로 심의를 통과했으며 11월 경에 정식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바야흐로 국내에도 미소녀 성인용 게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미션 오브 머더’는 오는 11월 국내 최초로 정식 발매되는 미소녀 성인용 게임이다. 일본 원본은 국내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장면과 변태적인 행위가 많아 국내에 발매되는 버전은 밍크사의 원화가가 우리 나라 성인용 등급 수위를 맞춰 직접 다시 그렸다.
따라서 어색한 모자이크와 내용과 동떨어진 이상한 장면이나 대사는 없지만 그래도 수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드디어 일본 미소녀 게임이 한글화돼 일반 유저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많은 작품이다.
이 타이틀은 탐정 어드벤처 게임이다. 3D던전 RPG와 카드 배틀 전투 방식이 혼합돼 있어 장르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도 애매하지만 역시 성인용 게임답게 애로틱한 장면이나 정사신이 등장한다. 게임은 ‘홍색관’, ‘야근병동’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밍크에서 개발한 작품으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고 원화의 퀄리티가 좋아 인기가 많은 편이다.
‘미션 오브 머더’는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각각의 미션을 해결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건이 발생하면 주위의 정보를 수집정리해 용의자를 찾아내고 함정을 파, 범인을 잡거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게임에서 주어지는 맵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는데 그 와중에 다양한 이벤트와 전투가 벌어진다.
이 게임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장르가 포장되고 실제로는 여성의 몸을 눈요기로 삼는 게임과 다르다. 옴니버스로 진행되는 사건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는 치밀하게 짜여진 비밀의 일부이며 궁극적으로 유저에게 성인용 추리 게임의 진수를 보여준다. 당연히 게임 후반에는 유저를 깜짝 놀라게 할 충격적인 반전도 마련돼 있어 여느 미소녀 게임과 격을 달리한다.비록 ‘미션 오브 머더’가 최초의 공식 미소녀 게임으로 기록될 예정이지만 이미 90년대 중반에 ‘동급생’이라는 타이틀이 비공식 발매 기록을 가지고 있다.
모 국내 유통사가 개발사 엘프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한글화해 전격 출시, 패키지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번들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는데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에 빠져 있을 때 게임 마니아들은 ‘동급생’에 빠져 긴 밤을 지샜다. 비공식 버전에는 청소년 유저를 고려해 모자이크와 삭제 장면이 많았으나 유저들은 자발적으로 원본 패치를 감행해 일본 원판과 거의 같은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동급생’은 이쪽 전문 개발사 엘프의 얼굴 마담이며 미소녀 게임의 대표 선수다. 게임은 외로운 남학생이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짝을 찾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시간의 제약도 많고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도 적다. 게임 플레이는 학원 연애물이 그렇듯이 다양한 여자들을 만나 데이트와 정사를 경험하며 행복한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것이 목표다.
유저는 주인공을 동경하는 여학생들과 미인 선생님, 소꼽친구, 마을에서 만나는 다양한 여성 등을 대상으로 연애를 벌이게 되는데 처음에는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 호감도가 올라가면 친숙해져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수영장이나 수족관, 영화관,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꾸준히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러다 남녀의 마음이 통하면 결국 정사로까지 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단순 무식 야게임의 범주를 벗어난다. 주인공과 여성 캐릭터는 연애 감정을 그대로 가지며, 등장하는 인물들과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녀 갈등이 게임에 살아있다. 아무리 구애를 해도 넘어설 수 없는 관계가 있으며 양다리 등으로 인간적 고뇌를 하는 캐릭터도 있다. 이 게임은 보는 관점에 따라 남성 위주의 섹스 게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의외로 감동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이다.X박스용으로 발매됐던 ‘데드 오어 얼라이브 :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도 일종의 미소녀 게임이다. 격투 게임의 미인들을 해변가로 모시고 비치 발리볼로 교묘하게 포장해 섹시한 스포츠 게임으로 제작했는데 수영복 이상의 장면이 없어 국내에 ‘18세 이용가’로 무난히 발매됐다.
하지만 남성 유저들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 이상의 수위를 원했다. 너무나 아쉬웠던 이 게임을 토대로 일루젼에서 재빨리 제작한 게임이 바로 ‘섹시 비치’다. 이 작품은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의 바람을 타고 일본에서 곧바로 국내에 유입돼 불법 복제물로 급속히 퍼졌으며 큰 인기를 모았다.
이 게임은 타이틀의 이미지처럼 뻔한 스토리를 가진다. 가상의 섬 ‘섹시 아일랜드’에는 항상 푸른 바다와 하얀 바도가 부서지며 따뜻한 햇살이 몸을 간지럽히는 해변가가 있다. 관광 명소로 알려지지 않아 여기를 찾는 손님은 거의 드물지만 역시 항상 솔로 여인들이 방문한다. 상상만 해도 멋진 이 해변가에 남자는 오로지 주인공 뿐이며 본인이 하기에 따라 불타는 휴가를 보낼 수 있다.
게임 초반에는 여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만나 대화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특별한 자유도는 없으며 그저 그녀들과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섬의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만든다. 등장하는 여인들은 수영을 하거나 댄스, 줄넘기를 하고 의자에 앉아 선탠을 즐기며 주인공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조금씩 친밀도를 쌓아 가면 최종적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게임은 자동적으로 끝이 난다.
‘섹시 비치’는 노골적인 성인용 게임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깜짝 놀랄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일루젼의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이다. 일루젼은 ‘미행’, ‘감금’, ‘브루디쉬 마인’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로, 여성 캐릭터를 일본 정통적인 미소녀 방식을 따르지 않고 서양 취향에 중심을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루젼의 게임에는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거나 비정상적인 얼굴형을 가진 미녀가 없다. 눈과 코, 입을 사실적으로 비례 대칭해 디자인했으며 몸매 또한 너무 과장되거나 빈약하지 않게 적절히 표현한다. 캐릭터들의 외모는 남자가 상상하는 궁극의 미모를 가지고 있어 가상의 여성이지만 마음이 진짜 끌린다.‘미션 오브 머더’를 시작으로 일본 미소녀 게임들이 국내에 본격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부터 동원마도카에서 꾸준히 시도했던 ‘프린세스 나이츠’와 ‘홍색관’, ‘야근병동’, ‘부킹 파라다이스’ 등 미소녀 성인용 게임들은 약간의 수정만 거치면 심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 성인물이 있는 것처럼 게임에도 성인용 타이틀은 존재한다. 자정만 넘으면 케이블 방송에서 틀어대는 에로 영화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게임만은 절대 안된다’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건전한 성인용 게임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식의 방법보다는 냉정한 기준으로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션 오브 머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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