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은 계속된다](39)가천의대 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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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가천의대 길병원은 최근 건물 신축 공사로 바쁘다. 점점 늘어나는 병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 올해로 개원 50주년을 맞는 길병원은 병원 외관 뿐 아니라 내부 시스템과 의료서비스 전체를 혁신함으로써 유비쿼터스 병원(U-병원)으로 환골탈태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길병원이 추진하는 유비쿼터스 병원은 한마디로 진료, 예약·접수, 입·퇴원 수속 등 각종 의료 서비스와 행정 업무에서부터 병원 경영 업무 전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절차가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통합, 처리되는 병원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 입원하거나 퇴원하는 환자는 원무과를 거칠 필요없이 입원실 침대 위에서 입·퇴원 수속을 밟을 수 있다. 혈압, 맥박,심박동 수 등 병원에서 매일 검사하는 환자의 무수한 데이터 가운데 의사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긴급 정보가 발생하면 무선네트워크로 연결된 PDA를 통해 담당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이 전달된다. 담당 의사로부터 5분 이내에 응답이 없을 경우 비상 자동연락시스템은 지체 없이 그 다음 책임체계에 있는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24시간 안전하게 환자의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서비스가 지금 당장 병원에서 제공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길병원은 환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 구현에 앞서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반 시스템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다.

길병원은 오는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유비쿼터스 병원(U-병원)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들에게는 최상의 의료를 병원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길병원이 유비쿼터스병원(U-병원)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시종 강조해 온 것은 바로 ‘기업형 마인드’이다.

초일류병원을 지향하는 일부 대형병원과 맹렬히 추격하는 2차 전문 의료기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

해답은 바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거듭나는 데 있었다. 여기에는 송도 신도시와 아시아 허브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이 다른 지역 병원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 했다.

길병원은 지난 2003년 1월 1일 이언 기획부원장을 중심으로 ‘유비쿼터스 병원 추진을 위한 TFT(Task Force Team)’를 발족하고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거나 개별 전산시스템을 운영 중인 병원의 기존 시스템을 모두 하나의 통합된 자동화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이언 부원장은 “모든 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추세에서 의료 시장만이 예외일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며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경영과 업무 프로세스를 국제 기준에 맞게 투명하게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길병원은 1년 간의 자체 TFT 운영 결과 그 해 12월 오라클을 시스템구축업체로 최종 선정하고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지난 8개월에 걸쳐 병원에 필요한 방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짜기와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구매물류시스템(SCM), 데이터웨어하우스(DW), 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을 1단계로 구축했다. PACS, 병원정보화(HIS) 등 기존 시스템을 수정해 새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

길병원은 구매물류·회계 업무를 중심으로 1차로 구축된 시스템을 지난 9, 10월 두 달간 실제 업무 현장에서 가동한 결과 수작업에 의존해 오던 정산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월말 결산 기간이 일주일 이상 단축됐으며 구매물류체계를 e마켓플레이스 등 B2B로 바꿔 재고가 감소하고 구매 사이클이 단축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이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일이나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 등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내부 프로세스를 혁신함으로써 다른 병원들이 향후 5년 내에 쉽사리 따라오지 못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고객서비스 강화=인천 남동구 지역에서 병원을 찾아 오는 40, 50대 남성 디스크 환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줄어들었다면 그 원인이 뭘까. 확인 결과 두 달 전 척추전문병원이 남동구에 새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환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남동공단에 입주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디스크 치료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의료비용을 할인해주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소아과 병동을 찾는 어린이 고객의 보호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시기를 미리 고지하는 문자메시지(SMS)를 발송한다든지 협력병원과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1차나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다가 길병원에 온 환자들이 병원을 옮기면서 다시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CRM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병명이나 연령, 성별, 거주 지역 등 기본 정보들을 관리하면 그때그때 적절한 마케팅 정책을 수립해 고객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섬이나 산간벽지 거주민, 운신할 수 없는 노인환자들이 병원을 오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실시된다. 길병원은 IMT2000서비스를 이용한 원격진료(Telemedicine)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밖에 웹기반 PACS나 웹기반 EMR 시스템 구축으로 협력병원과 공유시스템을 이용해 공동으로 진료를 할 수도 있다.

△의료의 질 향상=길병원은 의료진들이 최신 의료기술을 습득하고 연구성과를 발표할 때마다 지식관리시스템(KMS)을 통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병원 전체의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진료와 연구 데이터를 통합시스템으로 관리해 현장에서 얻은 새로운 의학적 결과가 연구에 적용되고 연구 결과가 진료에 즉각 반영되는 데이터통합시스템도 길병원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시스템이다.

진료표준화시스템은 환자들이 어느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도 병원이 정한 기준에 따른 표준화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의사가 해외 출장이나 파견 등으로 자리를 비워도 다른 의사들이 시행착오없이 환자의 진료기록과 표준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길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관리함으로써 환자나 병원 고객들이 느끼는 호감도를 높여 나간다는 것이 길병원의 목표이다.

 ◆ 인터뷰 - 이언 가천의대 길병원 기획 부원장

“저를 두고 제2의 안철수라고요? 전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의사이고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돕기 위한 의사 본연의 업무일 뿐입니다”

가천의대 길병원이 추진하는 유비쿼터스 병원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는 이언(49) 기획부원장은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의 의사이다. 경영이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 부원장이 비전공(?) 분야인 기획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전업이나 다름없는 다소 파격적인 일로 비쳐졌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이 부원장을 가리켜 의사 출신의 보안전문가인 안철수 사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원장에게 기획과 병원정보화 업무는 환자의 질병을 고치고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행위의 연장이다.

“처음에 유비쿼터스 병원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 내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의사 수를 늘리고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것만이 병원의 질을 높이는 길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보화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병원도 경쟁력이 없다고 설파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 자신이 의사였기 때문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일선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거죠.”

1987년 길병원에 전문의로 들어오자마자 정보화 업무에 관여하게 돼 오늘에 이르렀다는 이 부원장은 의료 현장인 병원에 정보화시스템 개념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회상한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직원들에게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원장은 직원단합 체육대회에서 장애물달리기 경주의 장애물로 PC를 놓고 경품으로 마우스를 주는 등 직원들이 컴퓨터에 친해질 수 있도록 갖은 아이디어를 짜냈다고 한다.

“이제 다시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직원들은 PC를 처음 대했던만큼의 충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1년 동안 내부 TFT를 운영하고 수차례 직원 세미나를 가지면서 차츰차츰 공감대를 얻었습니다.”

이 부원장은 길병원을 해외 유수의 병원들과 시장에서 나란히 경쟁하는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꿈을 갖고 있다.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등 대형병원을 제치고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이 부원장은 자신감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병원들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처럼 국내에 머물러 있습니다. 머지않아 의료시장이 개방되고 외국의 병원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을 때 그 기준은 국내의 명성이 아니라 그 병원이 얼마나 국제 기준에 맞게 표준화가 되어있고 경영이 투명하냐가 될 것입니다. 길병원은 유비쿼터스 병원 프로젝트를 통해 5년 내에 다른 병원들이 따라잡지 못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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