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민 기업이듯이 일본의 가전분야 국민기업은 소니와 마쓰시타다. 이들 두 회사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본 전자산업을 이끌어 왔고 전 세계에 ‘메이드 인 재팬’은 최고의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최근 2, 3년 전부터 마쓰시타가 매출이나 손익 부문에서 소니를 앞서기 시작하더니 지난 상반기(9월 마감)에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마쓰시타는 영업이익이 1563억엔으로 작년 동기대비 거의 2배 이상 늘었다. PDP TV 등 디지털가전 분야의 호조 때문이다. 반면 소니는 주력인 일렉트로닉스 부문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7% 감소한 531억엔에 그쳤다. 마쓰시타의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9% 증가한 4조3185억엔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소니의 상반기 매출은 3조3144억엔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3% 감소했다.
이렇게 잘 나가고 있던 마쓰시타가 최근 LG전자를 상대로 일본에서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국내 업체들로부터 PDP모듈을 구매한 경쟁사들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팔기 때문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PDP TV는 마쓰시타가 소니를 큰 점유율 차이로 앞서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어쩌면 일본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조치는 이해할 만하다. LCD에 대한 주도권을 한국에 내준 데 이어 PDP TV나 PDP모듈 시장 주도권까지도 너무나 짧은 기간 내 한국업체에 내줄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쓰시타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90년대 말을 냉정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일본 전자업체는 부품 사업을 함께 진행, 경쟁력 없는 부품사업이 세트사업의 발목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마쓰시타가 이렇게 자사 부품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사이에 소니는 삼성전자와 LCD합작법인인 S-LCD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신보다 더욱 경쟁력 있게 부품을 조달해 줄 기업에 과감히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앞으로 1, 2 년 뒤에 마쓰시타와 소니가 어떤 성적표를 내게 될 지 궁금하다.
디지털산업부·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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