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태화일렉트론 사장과 김소희 키스킨 사장.
한명은 쾌속 성장으로 창창한 미래가 보장돼 있는 성공 벤처사업가. 또 다른 한명은 5%만이 살아남는다는 치열한 벤처산업 대격전장에 이제 막 뛰어든 신생 벤처사업가다.
도저히 엮일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밀월관계(?)에 쏙 빠졌다. 신 사장이 김 사장이 이끄는 키스킨을 성공 대열에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주겠다면 후견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90년대 후반 벤처 붐 절정기에 창업해 성공대열에 오른 신 사장. 그리고 2003년 벤처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 창업한 김 사장. 이 둘을 통해 벤처창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본다.
◇창업? 당연히 반대 많았죠=신 사장이 98년 어느날 잘나가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신 사장은 “집사람과 가족 모두 ‘(사업했다 망하면) 굶어죽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다”며 “심지어 활달하고 친근감을 주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가 체질이 아니라는 회유까지 받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본인 판단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당시의 판단이 옳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사장도 가족의 반대를 극복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가족에게 손을 내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집에서는 공부나 하라고 했지만 저는 (사업이) 꼭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대학 들어와 꼬박꼬박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 그리고 각종 창업경진 대회에 나가서 받은 돈으로 창업을 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좌절? 셀 수 없죠=98년 회사 설립 이후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 사장도 사업 포기를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창기 대량 주문을 받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여신을 해주지 않아 좌절한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신 사장이 여느 벤처사업가와 마찬가지로 자금난을 어려움으로 꼽았지만 설립 2년차인 김 사장은 자금보다는 시장 개척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그녀는 “첫 번째 상용제품인 노트북 키보드 커버를 들고 용산전자상가의 200여개 유통업체를 방문했으며 이 가운데 2곳에서 합격 판정을 받고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끝내는 그 두 곳마저 연락이 없었다”며 떠올리기 싫은 아픈 경험을 털어놨다.
◇역사? 밤이면 충분=벤처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R&D). 신 사장과 김 사장 모두 R&D는 남들이 퇴근해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지낼 때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엔지니어 출신인 신 사장은 “오전에는 주로 일반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비즈니스차 고객을 만난다”며 “개발진들에게 중요한 개발상황은 저녁으로 빼놓도록 지시해 함께 개발하며 그 시간이 때론 새벽 1∼2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저녁에 일을 하는 것은 대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피치 못할 상황. 그녀는 방과 후 대략 6시께 두 명의 동업자와 저녁을 먹으면서 사업 기획에서부터 R&D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을 진행한다.
◇상대방? 대단해요=신 사장은 김 사장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하나는 한참 대학의 자유와 낭만을 느낄 젊은 여대생이라는 점. 또 하나는 서비스업종이 아닌 제조업을 선택했다는 점. 신 사장은 본인의 대학생활에 대해 “풍물과 술을 주로 즐겼다”고 비교했다.
김 사장은 신 사장에 대해 ‘북극성’과 같은 존재라고 추켜세웠다. 그녀는 “지난 1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한 적이 많다”며 “조언 한마디가 너무 큰 도움이 된다”고 뿌듯해 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
*신원호 태화일렉트론 사장(41).
캐논·LG전자에서 엔지니어로 활동. 1998년 회사 설립 후 올 초 코스닥 등록. 직원 수 140명. 올 예상 매출액 677억원.
*김소희 키스킨 사장(23).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 지난해 10월 서울 구로동 단독주택(25평)에 회사 설립. 전 직원 본인 포함 3명. 올 예상 매출액 1억3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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