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각종 첨단 기술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서버, 프린터, PDA 등 각종 기기의 전원을 연결하며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칠 무렵에는 중요한 자료의 손실을 막기 위해 복사본을 따로 보관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보안사고에 대비해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네트워크를 차단하기도 한다.
일상의 디지털 생활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의 뒤편에서 소리 없이 업무효율성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SW)다. SW의 역할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한마디로 SW는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그리고 정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의사소통에서부터 기업의 판매관리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는 SW의 기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SW산업이 불법복제에 의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는 전자상거래에 있어 단일요인으로는 가장 큰 위협으로 자리잡았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최근 발표를 통해 지난해 전세계 PC에 설치된 SW의 3분의1 이상인 290억달러(33조2340억원)어치가 불법복제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이 중 상당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년 전세계 SW 불법복제 조사현황을 발표하고 있는 사무용SW연합(BSA)은 지난해부터 IDC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를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꼽고 대처방안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복제의 폐해와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은 그 피해자가 단지 SW 개발사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불법복제된 SW는 상시적인 보안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불법복제된 SW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종류의 바이러스 공격에 취약함으로 인해 컴퓨터 등 정보기기를 작동 불능에 빠뜨리고 하드웨어에 저장된 중요 자료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기업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정보기기의 오류 발생으로 혼란에 빠짐으로써 생산성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SW 구매 비용을 아끼려다 그보다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불법SW 사용은 마치 단지 싸거나 공짜라는 이유로 잘못된 약을 복용해 건강을 크게 망치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근시안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SW는 기업체의 IT예산 중 평균적으로 대략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SW를 주요 자산의 하나로 인식하고 이를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은 치열한 시장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게 하는 경쟁력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여는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산업의 한 축을 SW가 담당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명제다.
한국IDC의 최근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IT시장 중 하드웨어 성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SW와 IT 서비스 부문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진단했다. 오는 2008년까지 IT시장이 평균 7.9%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며 이 중 상당부분을 SW가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인 과제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선 자신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품사용을 생활화하는 지혜가 더 절실하다. 이를 통해 SW산업의 보호 육성이라는 목표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 BSA코리아 의장 jhchung@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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