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고요하게 잠든 새벽, 낮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서대문 로터리에 유독 환히 불을 밝힌 건물이 있다. 민중의 지팡이를 자청하는 경찰청 본청 건물, 그 중에서도 13층과 15층의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4시간 불이 꺼질 줄 모르는 온라인 치안의 메카이다.
“따르릉∼” 새벽 3시, 지방 경찰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에 갑자기 센터가 분주해진다. 야심한 시각을 틈타 기업 사이트를 해킹하는 해커 수사를 위해 센터의 수사팀이 현장에 내려갈 채비를 서두른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단장 임승택)의 하루 일과는 이처럼 처음과 끝이 없다. 센터 입구에 걸어놓은 ‘완벽한 사이버 치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푯말처럼 인터넷 공간에서만큼은 물샐 틈 없는 치안을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97년 센터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전국을 통틀어 10여 명으로 출발했던 컴퓨터 수사 인력은 이제 지방청, 경찰서를 포함해 총 669명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지난 2001년 1262%였던 사이버 범죄 발생률이 지난해는 14%로 증가율은 감소하는 반면 검거율은 2002년 1.6%에서 지난해 5.8%로 증가하고 있다.
센터 양근원 경정은 “수사팀의 경우 사안에 따라 2박 3일 동안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사이버 수사의 경우 본청에서 직접 전문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본청에서 지방 경찰청으로 내려 갈수록 지원 인력이 많아지는 오프라인 수사망과 달리 이곳 센터의 수사는 중앙 본청에서 직접 사건을 통제하고 처리하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시스템이다 보니 그만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셈이다.
또 한 가지 차별화되는 부분은 전국에서 접수되는 신고 형태가 전화보다는 인터넷에 집중된다는 점. 이 때문에 13층 센터를 들어서면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PC 모니터 앞에 앉아 실시간으로 접수 현황을 파악하고 각종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무엇보다 최근들어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눈에 띈다. 경찰청 15층에 위치한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술지원팀에는 올 연말 사이버포렌식센터로의 변신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디지털 증거 분석, 즉 사이버 포렌식 전문기구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이곳 15층에 ‘디지털증거분석센터’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국내에서 최초로 최첨단 차량형 증거분석 장비와 현장 초동조치용 디지털 현장 증거분석세트 등이 구비된 센터가 탄생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하이테크 경찰을 지향하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 오전, 13층에서는 급변하는 IT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세미나가 열린다. 2007년까지 총 80명의 특채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 아래 IT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도 현재까지만 106명을 채용했다.
송병일 센터 기획수사팀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포착하기 위해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 모니터링을 하는 것부터 일과가 시작된다”며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따라가는 수사보다 올 한 해 다양한 기획 수사를 전개하는 등 앞서가는 경찰로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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