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업계가 시스코의 덤핑에 가까운 입찰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공급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코리아가 올들어 가격인하를 넘어 덤핑 수준의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업계의 정상적인 입찰관행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경쟁업체에 앞서 무료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입찰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코의 이같은 무리수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각 분야 전문기업들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아예 허용하지 않겠다는 시장 장악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시스코·포스텐·엔터라시스·익스트림 등이 경쟁을 벌인 연세대학교 학내 전산망 구축 사업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4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던 이 프로젝트는 결국 19억8000만원을 쓴 시스코에게 돌아갔다. 시험평가테스트(BMT) 순위보다는 입찰 가격이 우선시됐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결정된 두루넷의 라우터 구매 입찰 결과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스코는 두루넷 입찰에서 경쟁사인 주니퍼 입찰가격의 3분의 1을 제시,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가격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스코의 텃밭인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사례는 더욱 심하다. 저가 공세를 넘어 ‘기증’하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시스코는 최근 하나로텔레콤에 약 40대의 10기가비트이더넷 모듈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의 BMT에서 모두 고배를 마시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는게 업계 주변의 분석이다. 현재 공식적인 BMT를 통과, 10기가비트이더넷 제품을 공급중인 회사는 포스텐밖에 없다.
또 지난달 진행됐던 10억원 규모의 라우터 입찰도 같은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다른 업체의 하나로텔레콤 첫 공급을 막기 위해 시스코가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입찰 자체가 취소됐다.
하나로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단일 벤더에 의한 폐해를 막기 위한 복수 벤더 선정이 당초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시스코측에서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까지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바람에 입찰 자체를 없었던 일로 돌렸다”고 밝혔다. 기증 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복수 벤더를 주장했던 회사 내부 관계자들이 명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한한 시스코 존 체임버스 회장이 국내 주요 고객들중 유독 하나로텔레콤 미팅만을 가진 것도 시스코의 하나로텔레콤 수성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11월말과 12월초에 입찰이 예정돼 있는 국립암센터 프로젝트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프로젝트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스코의 최근 무리한 저가 공세는 주니퍼·포스텐·파운드리 등 기술력을 갖춘 주요 경쟁자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생각된다”며 “시스코는 현재 본사 차원에서 리스자금 지원 등 모든 자원을 동원, 시장 장악을 위한 총공세를 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스코가 독점하는 현상이 일어날 경우 독점에 대한 폐해는 그대로 고객사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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