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라콤이라는 독립회사를 설립 키로 결정한 뒤 포천에서 전직원 워크숍을 가졌다. 앞줄 왼쪽이 필자.
나와 직원들은 회사를 설립하고 강원도 포천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그리고 지나온 발자취와 오늘의 현실,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 할 것인가에 대해 밤을 세워 토론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업을 위한 솔루션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면서 서로의 마음을 모아갔다.
나는 우리나라에 천연 자원이나 경제적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IT 만큼은 기술 독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제는 컴퓨터 산업의 기적을 이루자고 회사 이름을 ‘미라콤(The Miracle of Computing)’이라고 정했고 직원들과 기술개발과 자기계발에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생각해보니 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장을 16년 간이나 해 온 셈이 되었는데 매년 고용계약을 갱신한 점에 비추어 볼 때에 나는 오랜 수명을 유지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재직하는 동안 본사 부사장이 7번, 사장이 4번 바뀌었으니 어떻게 보면 회사의 산 역사인 셈이기도 했다.
당초 본사에서는 회사를 설립하되 한국 지사를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영업과 기술 서비스를 계속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그 동안 우리가 사업을 해온 생산관리 시스템과 공장 자동화 솔루션과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고 본사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기로 역 제안을 했다.
나의 제안에 대해 거절할 줄 알았던 본사는 뜻밖에도 자기들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제안을 수용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기술력에 대해서는 우리 직원들이 자신이 있었지만 하나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설명회 자료와 시연회를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우선 한국의 IMF위기 상황의 덕을 많이 본 대만 시장부터 공략을 하기로 했다.
대만에서였다. 난야 반도체와 TI-에이서에 각각 방문하여 솔루션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난야에서 질문과 회의가 길어져 점심을 거른 채 TI-에이서 회의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사장 비서가 회의 도중에 참석하던 임직원들을 사장이 부른다며 회의를 종료하는 게 아닌가. 약 1시간 일찍 회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종료한 허탈함에 우리는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이미 공항에는 7시 비행기 예약을 했기 때문에 다음 행선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점심을 거른 우리 일행은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1시간 일찍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동방항공 비행기편이 있어서 바로 공항에서 수속을 변경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목적지인 가오슝 공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우리더러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낸다. 우리가 예약을 했던, 그리고 탑승을 하려고 했던, 그 비행기가 공중 폭발해 신쥬쿠 상공 해안가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같이 동행했던 박흥철 상무와 이재광 상무 그리고 나는 이 운명을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지 잠시 전율했다.
이 사고에서 비껴나간 운명에 감사하고 당시에 우리는 이 사건을 가족이나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빈번한 출장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사실을 알려 주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한치 앞의 운명을 모르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인생을 덤으로 사는 것인데 값지고 보람되게 살자는 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wonin@mir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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