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방에 끝내라

 “한방에 끝내라.”

 프로권투 시합에서 코치진이 권투선수에게 주문하는 말이 아니다. LG전자 구미공장에 적혀 있는 붉은 색 격문이다. 이는 취임 1년을 맞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가진 혁신에 대한 생각이다. 모든 일에 순서와 단계가 중요하지만 느긋하게 한 가지씩 해결해서 안된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예 ‘한방’에 끝내라는 말, 여기에는 경제전쟁에 나선 야전사령관의 결연한 의지가 들어 있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도 이와 비슷한 격문이 붙여 있다. 바로 “모든 것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경영자는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잘 나가는’ 기업 삼성전자의 대표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삼성의 위기 의식은 뿌리가 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내부 곳곳에는 이러한 경제전쟁에 나서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격문이 공장 바닥과 천장, 심지어 화장실 소변기 위에도 수두룩하게 붙어 있다. 문구만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혁신을 독려하는 말부터 글로벌 톱을 위한 다짐까지 그 내용은 실로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 24위란다. ‘전쟁하듯’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우리 기업 경쟁력의 현주소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진 24위에 그치고 있다. 바닥을 헤매는 다른 분야 경쟁력을 보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다른 부문에 비해 이 정도면 그나마 잘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러나 위안을 삼기에는 내년도 경제 지표가 너무나 참담하다.

 노 대통령이 베트남과 인도 순방길에서 자주 ‘기업이 나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이 나라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전쟁중이다. 전쟁터에서는 명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이기면 최선이고 지면 최악이 된다. 우리는 수 년 전부터 숱하게 ‘위기, 혁신’이라는 말을 들었다. ‘경제가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구문이 됐다.

 이 때문일까. 때 마침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기업이 나라’라는 말. 그 말이 마치 어느 CEO의 ‘한방에 끝내라’라는 격문처럼 들린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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