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과기정위의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보화촉진기금 비리, IT839정책 등에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솔엠닷컴 인수를 둘러싼 정치권 개입 의혹, 휴대폰 불법복제 방치 등 폭로성 질의가 이어지면서 격론이 오갔다.
◇“한솔엠닷컴 인수 전면감사 실시해야”=김석준 의원(한나라)은 “KT가 한솔엠닷컴 주식 47.85%를 매입과정에서 정산 및 인수가격 책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각이 마무리된 시점의 주가(1만4700∼1만6800원)보다 훨씬 높아진 6월 8일 당시 주가를 반영해 3만2725원의 주당 인수가격을 책정한 반면 대금으로 지불한 SK텔레콤 주식은 6월 8일보다 3만원 가량 떨어진 7월 25일의 34만6000원으로 정산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한솔의 최대주주였던 조동만씨는 조세포탈혐의로 고발을 당했고 KT는 85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수 과정을 보면 탈세뿐 아니라 1조3000억여원의 조직적인 국부유출과 정치권의 개입 등 비리의 몸통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한국통신의 민영화가 정보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3조7000억원의 재원을 만들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중 1억1000만달러를 한솔엠닷컴 인수자금으로 사용, 결국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이 비리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정통부 자체감사가 미흡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수용 폰엔 인증기능 없어=김희정 의원(한나라)은 프로젝션 화면과 복제휴대폰 시연을 동원한 이른바 ‘멀티미디어 질의’로 휴대폰 복제의 책임이 정통부에 있다는 점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정통부가 복제우려를 과거부터 알고 있었으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해외 수출휴대폰엔 인증기능을 넣고 내수용 폰에는 거의 집어넣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내수용은 SK텔레콤 9종, KTF 1종, LG텔레콤 127종에만 인증키 기능이 부여돼 있으나 수출용은 LG전자 모델 16종을 제외하고 삼성, LG, 팬택&큐리텔, SK텔레텍 제품에 모두 인증키가 부여돼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인증센터 운영을 시작했으나 약 530만 가입자만 인증이 가능해 턱없이 부족한 현황이다.
이에 대해 진대제 장관은 “인증기능을 넣지 않은 것은 초기 CDMA를 상용화하면서 모든 옵션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무선인터넷 대중화로 복제폰에 의한 피해 우려가 커지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IT839 보완책 주문=홍창선 의원(열린우리)은 “IT839 전략이 2007년 달성성과 즉 아웃풋은 명확한 그림이 있으나 이를 위한 인풋(준비)과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그림이 없다”고 지적하고 “특히 올해 민간부문 투자유발효과에 대해 7조3707억원의 설비투자를 예상했으나 실제 이런 투자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변재일 의원도 “정보화 부문의 수요창출이 간과된데다 서비스 대체에 따른 고용문제도 고려되지 않아 정책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변 의원은 “예를 들어 인터넷전화의 경우 서비스 확대로 줄어드는 기존 전화 생산과 고용을 감안하지 않은 계획”이라고 IT839를 평가했다. 진영 의원(한나라)도 “통신사업자의 올해 투자가 저조하고 내년 투자도 불투명해 IT839 투자유도는 정통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IT839과제 성공의 전제로 경쟁국과 차별화된 차세대 첨단기술 선점이 필요하고, 제도미비가 신규 통·방융합 서비스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제도화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효경쟁정책에 브레이크=김석준 의원(한나라)은 정통부의 유효경쟁정책을 시장경쟁 지향적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유효경쟁이 소비자입장에서 모호한 정책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신요금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시장경쟁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낙순 의원(열린우리)도 “정통부의 유효경쟁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소비자편익 저해와 경쟁왜곡은 일정기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시장친화적 경쟁을 지향하되 통신그룹별 규제체제로 전환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국감 현장 돋보인 두 의원]
7일 국회 정보통신부 국감 자리의 화제 인물은 단연 김희정(한나라), 변재일(열린우리) 의원이었다. 초선인 두 의원은 기동성과 전문성으로 날카롭게 질문해 장·차관 이하 정통부 간부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33세로 17대 국회 최연소인 김희정 의원은 프로젝션 화면과 복제폰 실연을 동원한 이른바 ‘멀티미디어 질의’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진대제 장관이 복제폰 실태를 확인해보겠다는 데 이 자리에서 확인해 주겠다”며 SBS, YTN 등에서 보도한 복제폰 실태 뉴스를 프로젝션으로 보여줬다. 김 의원은 이어 화면에 질의의 요점과 참고자료를 띄워가며 질문을 이어가 참신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직접 비서관의 휴대폰을 복제해와 현장에서 복제폰 통화를 시연했다. 결국 정통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결론을 이끌어낸 김 의원은 질의가 끝난 뒤 그 자리에서 동료 의원들로부터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임 정통부 차관으로 정통부 질의때마다 관심을 모아온 변재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도 IT839전략에 대해 정보화 부문 수요창출을 간과했으며 서비스 대체에 따른 고용문제도 고려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놓아 주목받았다. 변 의원은 특히 준비해온 질의서에 의존하는 다른 의원들과 달리 정통부 보고자료를 페이지별로 조목조목 짚으며 구체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변 의원은 여러 의원이 지적한 개인정보 침해문제와 관련, 통신사실확인자료 제출 절차를 보완할 것과 가입자의 요금철회 절차를 개선할 것을 주문해 전문가다운 면모를 과시.
[휴대폰 10대 소유자 8000명?]
‘10대 이상 휴대폰 소유자가 8000여명?’
홍창선 의원(열린우리당)은 7일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5대 이상의 복수 휴대폰 소유자가 5만4000명, 10대 이상 소유자도 8000여명이 된다고 공개했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5대 이상 소유자가 지난해 말 1만4000명에서 올해 6월 말 3만1000명으로 1만7000명이 늘어났고, 10대 이상의 소유자도 3000명이 급증했다. LG텔레콤도 5대 이상 소유자가 3000명 이상 급증해 2배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홍 의원은 “10대 이상의 휴대폰 사용자를 진정한 사용자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명의도용으로 만들어진 일명 ‘대포폰’ 급증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며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개인이 개통하는 휴대폰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세균 의원이 밝힌 5세 미만 가입자는 시내전화가 모두 3530명, 초고속인터넷이 858명, 이동전화 가입자는 무려 11만6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현상으로 과열경쟁을 유발하거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근찬 의원(자민련)은 명의도용된 휴대폰 불법 개통건이 SK텔레콤의 경우 2002년 5400건, 2003년 1만1009건, 올 8월까지 8193건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KTF도 지난해 3012건, 올해 2500건이며 LG텔레콤도 지난해 2300건, 올해 2300건으로 3사 모두 합쳐 지난해 1만6300건, 올해 1만3000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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