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산업을 넘어 문화로

 게임산업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한 최근의 한 토론회에서 게임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다는 것은 ‘뒷북’을 치는 것에 불과하다.

 개발중인 게임 프로젝트 하나가 600만달러에 중국에 수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영화 한편의 수출가가 20만∼30만달러, 많아야 100만달러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게임 개발력이나 서비스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인 셈이다. 실제로 국산 온라인 게임은 아시아는 물론이거니와 게임문화에 아직 경계심이 높다는 유럽에서조차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우수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증하는 추세다. 한 조사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게임 이용자 층은 몇 년전 10∼20대 중심에서 30대까지 폭넓게 확산돼 있다고 한다. 보다 놀라운 사실은 은퇴 세대인 60대 이후의 노년 이용자층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가족 구성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스스로 게임을 즐기는 노인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바야흐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산업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이용자층의 산술적 증가만을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스’ 산업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게임이다. 게임은 그 특성상 애니메이션·캐릭터·완구·영화·광고·브랜드 등 고부가가치 인접 분야로 얼마든지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시장가치적 측면에서 이만한 선진국형 상품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산업을 최우선 순위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확장일로에 있어야 할 게임산업이 거대한 옹벽에 막혀 오히려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나친 몰입(중독)’과 ‘사행성 조장’이라는 두 개의 사회적 통념이 그것이다. 한창 생산적 에너지로 충만해 있어야 할 청소년과 젊은층의 열정이 부정적 에너지로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각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진흥보다는 제재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사회 문제화하려는 분위기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공급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재미’만을 노려 게임중에서 몰입성과 사행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게임 구성에서 엔딩을 두지 않음으로써 끝없는 레벨상승에 대한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아이템 판매는 이런 욕구를 겨냥한 산물이다. 과도한 몰입 때문에 반도덕 행위를 저지르거나 심지어 스스로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이런 인식이 걷히지 않는 한 정부나 기업이 아무리 힘을 합친들 게임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한단계 점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앞날을 내다보는 적절한 육성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교통사고 증가의 원인이 잘못된 자동차 문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게임 산업의 확대 발전은 건전한 게임문화가 정착된 토대에서만 가능하다. 게임이 산업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도 유용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적절한 육성방안이란 이런 내용이 전제돼야만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청소년 성교육프로그램을 게임으로 제작하기로 한 것은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계 역시 게임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통해 건전한 게임문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