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온라인게임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당당히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도 세계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고속성장이었고, 빛나는 성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빛나는 성장의 내면 또한 튼튼하고 이상적인 것일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일부 게임업체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다시피하고 있으며 천편일률적인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장르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의 현주소다.
최근 들어 캐주얼게임이 강세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시장의 대세는 MMORPG 장르다. 물론 이러한 사안이 자유경쟁을 추구하고 있는 시장경제에선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이를 타박하는 것은 시장원리에서 빗나간 고루한 시각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다고 본다.
수익성이 있기 때문에 해당 장르로의 편중성이 생기는 것이고 재미가 충족되니 유저는 해당 게임을 즐기는 것이며,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좀 더 거시적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의 온라인게임산업이 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불과 몇년 전인 최근의 일이다. 아직 산업으로서의 기초토양을 배양하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시장의 과점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다양한 장르나 컨셉트를 가진 게임의 개발이 제한될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유저는 이를 즐기면서 시장 전체가 커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방향으로 한국의 온라인게임산업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선순환구조를 이룬다면 전통의 게임강국 일본의 온라인게임시장 도전과 신흥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커나가고 있는 중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의 준비 정도는 어떠할까.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은 아직 이러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한 바탕 위에서 위태로운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독과점을 이루고 있는 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작 위주의 게임을 준비하면서 개발비와 마케팅비용 등으로 최소 50억원에서 100억원대의 비용을 투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는 2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성공도 보장받지 못한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보다 많은 기회와 이익을 창출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시장지배적 온라인게임 업체의 노력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앞서 거론한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의 기초체력 증진을 위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형 게임업체들이 중소 개발업체와의 유기적인 협업 관계를 형성해 산업전반의 발전을 이루는 방향 즉,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만이 게임을 ‘한 철’ 농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걸 만한 진정한 산업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누가 누군가를 누르거나 딛고 일어나는 경쟁도 중요하지만 함께 성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MMORPG에만 온 국력을 투자했지만 그 부분에서 세계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우리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다. 다양한 분야의 투자와 개발 노력이 병행될 때 세계시장에서 한국게임의 상품성과 기획력도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선두업체가 한국을 대표할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후발업체의 다양한 시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립한다면 한국 온라인게임산업 경쟁력은 더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동수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장 cds@hyd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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