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NTT의 가입권 폐지

 일본 최대 유선통신사업자인 NTT가 신규 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운용하고 있는 ‘가입권(일명 시설설치 부담금) 제도’의 폐지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지난 47년 도입돼 거의 6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입권 제도는 시설설치 부담금 명목으로 신규 전화 가입자에게 7만2000엔의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신규 가입자 입장에선 결코 만만치 않은 돈이다. 원래 가입권은 도서·벽지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규 가입자들에게 전화망 정비 비용을 부담토록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가입권 매입 비용은 나중에 전화 가입을 해지하더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NTT가 가입권을 폐지하려는 것은 KDDI·일본텔레콤(소프트뱅크 그룹) 등 전화사업자가 가입권 없이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전화의 보급 확산으로 유선전화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판에 가입권 매입을 요구한다면 가입자의 이탈이 심화될 게 뻔하다. 이미 NTT는 통신시장의 경쟁 심화 추세에 맞춰 지난 2002년 가입권 매입 대신 전화 요금이 다소 비싼 요금제를 도입해 가입자들이 양자택일토록 했다. 지금은 가입권 매입보다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가입자가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NTT가 가입권을 폐지하기 위해선 선결 과제가 있다. 가입권은 담보권 등 질권 설정이 가능한 재산이기 때문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매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사업자들도 아주 많다. 이 때문에 가입권 폐지시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많은 기업이 가입권을 무형의 자산으로 간주, 회계장부에 반영하고 있어 가입권 폐지시 재산상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6년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가입권 제도를 폐지했던 NTT도코모의 경우 가입권을 폐지하면서 고객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이 있기는 했지만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NTT는 5년 정도의 기간을 둬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가입권 매입 가격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역사의 유물로 전락할 가입권 문제를 NTT가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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