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젠 사업자의 `와이브로`다

 ‘정책은 항상 차선’이라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정통부가 9일 확정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자 선정기준을 보면 유효경쟁구축, 서비스활성화, 중복투자 방지라는 정책목표의 형평성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모두의 불만을 공평하게 나눈 차선책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그래도 3개 사업자를 선정하고 경쟁정책을 제한적으로 적용, 서비스활성화에 중점을 둔 노력은 분명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책목표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서비스를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책성공의 관건은 주지한 대로 서비스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 또 서비스활성화는 투자 없인 불가능하다. 투자부진으로 애를 먹는 WCDMA가 좋은 예다. 투자가 유도되지 않는 정책이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정책의 안정성을 확고히 해 사업자가 마음놓고 설비투자와 서비스 경쟁을 벌일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본원적 경쟁력만으로 진검승부할 수 있도록 사업권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또 그것만이 차선 선택에 따른 정통부의 무책임성을 거론하는 사업자들의 비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공은 이제 사업자에게로 넘어왔다.

 정책규제 이슈를 둘러싼 그간의 모든 논란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룰은 정해졌다. 더는 사업자수가 많으니 적으니, 가상무선사업자망(MVNO)을 언제부터 하니 마니의 시비를 벌이는 것이 무의미하다. 정통부의 선정기준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서비스로 어떻게 돈을 벌까를 고민하는게 이제부터 할 일이다. 정책목표 간 형평성 확보가 정통부의 몫이라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수요발굴은 사업자의 몫인 것이다.

 와이브로는 고정 무선광대역 접속 주파수(WLL)를 회수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찾자는 의미에서 국가전략적으로 제시한 서비스다. 시장주도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인텔의 와이맥스가 고정 무선광대역 접속을 목표로 내세운 것과 비교하면 분명 한단계 앞선 서비스다.

 하지만 처음 서비스를 구상하던 때와 달리 사업권을 놓고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본질과는 좀 다르게 전개됐다. 서비스와 기술 자체보다는 사업권 선정에 따른 시장의 지각변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실제 와이브로 서비스보다 영향이 부풀려지거나 혹은 평가절하된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와이브로를 정책이슈가 아닌 ‘시장의 눈’으로만 봐야 한다. 무엇보다 서비스의 킬러앱 발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 과정에서 창의력 있는 중소·벤처와의 협력 방안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무선 광대역 접속서비스는 여러 규제이슈를 불러일으킨 만큼 사업 잠재력이 크다. 정말 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의 등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성격규정이 어렵고 5년, 10년 뒤 다른 서비스와의 융합이 예상되기 때문에 모델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이점이 바로 와이브로가 제2의 WCDMA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는 이유인 동시에 정책이 아닌 사업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와이브로가 그동안 정책의 칼자루를 쥔 정통부의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사업자들에게 그 생사여탈권을 넘겨줘야 한다. 그것만이 IT839의 맨 윗단을 차지하는 와이브로의 성공을 앞당기는 것이다.

 와이브로가 제2의 CDMA 성공신화로 남을지, IMT2000의 재판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 열쇠는 계속 정부의 와이브로로 남을지 사업자들의 와이브로 남을지에 달려 있다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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