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내수 침체, 청년실업 등으로 인해 중소·벤처기업들은 매우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경제는 아직 괜찮다’라는 말을 하고 있으나 중소·벤처기업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당장 기업의 매출이 떨어지고 주변 기업들의 어려움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중소·벤처기업을 하기 힘든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은 불황의 터널에서 서서히 빠져 나오면서 제조업의 위용을 실감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제조업의 쌍끌이는 대형 전자업체들과 전자부품업체다. 특히 DVD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대형 TV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진정한 저력은 화려한 완성업체가 아니라 전문 부품업체임을 우리는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교세라, TDK, 닛코덴코, 무라타제작소, 로움 등 전문 전자부품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평정했기 때문에 소니, 히타치, 도시바 등과 같은 전자업체 빅9의 존재가치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중소기업 육성센터(SBDC)프로그램, 일본의 중소기업 기술혁신제도(SBIR) 등 선진국일수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잘 발달돼 있다.
우리 정부도 중소기업청, 산자부 등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원 자금 규모에 비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편성예산이 턱없이 적다. 2만달러 시대는 대기업에 의해 완성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국가 예산 편성시 번번이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예산 탓만 할 수는 없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역할분담과 상호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중소·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도 드물다. 지원기관이 많은데도 이용 고객인 중소·벤처기업은 지원이 부족하다고 하니 무언가 잘못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제 기존 프로그램을 정리해 중소·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통합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중소·벤처기업 육성센터가 맡아 기존 중소·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 운용함으로써 기업은 중소·벤처기업 육성센터만 찾으면 중소·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어느 것이든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기술 강국을 위해서는 단순 경영, 기술지도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술개발이 필수적으로 부가돼야 독자기술형 전문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가능하다. 대학 및 국가연구소에 있는 기술들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이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학 및 국가연구소에서 실무적인 기술 연구가 부족하기도 하고 중소·벤처기업도 대학 및 국가연구소의 기술을 말만 잘하고 대학교수와 연구원과 친분만 있으면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기술을 가진 쪽과 기술을 받는 쪽의 의견을 충분히 소통해 줄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사항도 중소·벤처기업 육성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 극복을 위해 각 대학에서 사업화 펀드를 조성해 중소·벤처기업에 기술을 이전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시행하고 있다.
독자기술형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내 산재한 중소·벤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해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지원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며 가능하면 기술개발에 보다 무게 중심을 두기 위해 지역대학의 산·학 연계가 바람직하다. 마침 최근에 정부가 산·학 협력 중심대학 등 다양한 지역대학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업과 연계해 사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문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중소·벤처기업이 이용 가능한, 중소·벤처기업의 미래가 보장되는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책을 기대한다.
◆현동훈 산업기술대 교수 hdh@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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