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역점을 둔 제품은 CEO들의 소장품
“최고경영자(CEO)의 휴대폰을 보면 전략 제품이 보인다.”
휴대폰업계의 CEO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특히 회사가 역점을 두고 개발, 판매하는 제품은 CEO들의 소장품. 주요 바이들과 만나면 이들은 자사 휴대폰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몇몇 CEO들은 주머니에 휴대폰 4∼5대를 가지고 다니며 공급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한다.
주요 휴대폰업체 CEO들은 1년에 4∼5번 휴대폰을 전략 제품으로 바꿔가며, 회사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23일 제주도 신라호텔. ‘삼성 4G 포럼’ 개막식을 마치고 휴식 시간에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순간 100여명의 4G 전문가들의 눈이 이 사장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그의 휴대폰은 18K로 도금한 금장 휴대폰. 올림픽 엠블램이 선명하게 새겨 있었다.
이 제품은 아테네 올림픽 무선통신부문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가 올림픽을 기념해 내놓은 골드폰(모델명 SCH-E470·SPH-E3200·SPH-E3250)으로, 휴대폰 외부 LCD 주변을 금으로 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올림픽 대회기간에 아테네를 방문하면서 삼성 휴대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휴대폰을 교체했다”며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이 사장이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폰은 삼성전자가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는 전략폰으로, 해외 시장에서는 고급스러움 때문에 벤츠폰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선보인 200만화소 지문인식 카메라폰(모델명 LG-LP3800)을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전그룹 부사장 이상 임원들에게 주고, “LG 휴대폰 알리기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 제품은 휴대폰 보안 강화 및 안전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지문인식기능을 추가한 CCD 방식의 130만 화소급 메가픽셀 카메라폰으로, 하반기 LG전자의 주력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처음에는 그룹 CEO들에게만 지문인식 카메라폰을 공급하려고 했으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자는 차원에서 부사장급으로 확대했다”며 “프리미엄 휴대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CEO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의 이성규 사장은 시장에 나오지 않은 제품을 가지고 다니며 테스트하기로 유명하다. 연구원 출신인 이 사장은 제품 출시 전에 자신이 직접 테스트해 발견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 완벽한 휴대폰을 내놓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이 사장이 휴대폰을 워낙 자주 바꿔 볼 때마다 휴대폰이 바뀌어 있다”며 “스피드 경영을 중시하는 그가 휴대폰을 바꾸는데도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독자브랜드없이 제조자설계생산(ODM)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존하는 중견·중소 휴대폰업체의 CEO들은 회사 연구실에서 별도로 제작한 휴대폰을 만들어, 들고 다닌다. 외관은 바이어의 브랜드를 달고, 내부는 일정부분 조정을 통해 국내에서도 통화가 터지게 하는 방식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