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사의 최후 통첩

신용카드 수수료율 문제가 ‘산 넘어 산’이다.

 BC카드는 지난 25일 이마트에 내달 1일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최후 통첩성 공문을 발송했다. 카드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카드사와 유통업체의 대립과 갈등으로 보인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으로 ‘양측 모두 한발씩 양보하면 그만일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이면을 들춰보면 문제가 좀 복잡하다.

 먼저 카드사와 유통업체는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대등한 위치가 아니다. 카드사는 유통업체보다 이번 사태에서는 상당한 ‘우월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사실 카드 수수료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카드사가 올리겠다면 유통업체는 좋건 싫건 따라야 한다. 방법이 없다. 카드 결제 대금을 고스란히 카드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결제가 이뤄지면 카드사는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유통업체에 입금시켜주면 그만이다. 가맹점 약관에 따라 입금 대금 날짜를 지켜주면 된다. 현행 여신법이나 공정거래법에는 수수료율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 카드사가 독한 마음 먹고 10배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해도 가맹점은 따라야 한다.

 반면 유통업체는 어떤가. 명확한 법적 조항이 없어 유통업체가 쓸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카드 거부’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신용카드는 현금 못지않은 결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오프라인은 현금과 카드 비중이 4 대 6 정도에다, 특정 카드를 거부하면 다른 카드로 대체해 받으면 된다. 90%이상이 카드로 결제되는 온라인 채널은 카드를 거부할 때 보는 피해가 막대하다. 매출 하락은 물론 브랜드나 사이트의 신용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

 신용카드가 안팎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연일 ‘강공’을 때릴 수 있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해법은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원칙론만 반복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카드사와 정부의 사전 조율이 있지 않았느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카드사의 악화된 경영은 정부도 일정 부분 ‘원죄’가 있다. 정부의 ‘양비론’과 ‘무책임론’이 오히려 이번 사태를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디지털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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