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상생의 길이냐 경쟁의 길이냐..

‘상생의 길을 택할 것인가, 경쟁의 길을 택할 것인가?’

정보통신부가 내년 초 IT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정보통신해외협력진흥원’의 신설을 추진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산업자원부가 고민에 빠졌다.

산하기구인 KOTRA를 두고 있는 산자부 내에서 조차 정통부의 기구신설에 대해 ‘중복 우려에 따른 반대’와 ‘IT산업 활성화를 위한 찬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정통부는 ‘정보통신해외협력진흥원’을 내년 초에 설립키로 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정보화촉진기본법 개정안을 상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산자부 등 관계부처와 개정안 확정을 위해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산자부는 정보통신해외협력진흥원이 설립될 경우 KOTRA와의 업무 중복에 대한 우려와 국내 IT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상반된 의견으로 인해 최종 입장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권평오 산자부 시장개척과 과장은 “진흥원 신설에 대해 업무 중복에 따른 손실과 IT 활성화를 위한 이득 등 2가지 측면을 모두 검토 중”이라며 “국회 상정까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정통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후유증 우려=산자부가 이처럼 입장 표명에 주저하는데에는 부진한 정책추진에 대한 지적, 내부 반발, 부처 간 영역다툼 비판 등 다양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진흥원 설립을 찬성할 경우 자칫 IT 산업 수출 지원이 미비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 되는데다가 KOTRA 등 내부의 적지않은 반발도 감수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에 반해, 진흥원 설립을 반대할 경우 산업 활성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영역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들어 KOTRA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 ‘찬성’ 의견 제시에 부담감을 더해주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103개 해외 협력관을 통해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년째 ‘IT·지식서비스 수출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며 “IT 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면 이미 구축한 인프라를 강화해야지 별도의 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국고의 낭비일 뿐”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통부, 업무중복 최소화=산자부가 입장 정리를 미루는 가운데 정통부는 이번 주까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마치고 진흥원 신설을 위한 법개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상훈 정통부 협력기획과 서기관은 “IT 전문성을 갖춘 지원기관의 설립은 불가피한 상태”라며 “KOTRA의 해외무역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업무 중복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보통신해외협력진흥원은 정통부의 기존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A)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의 해외기지인 ‘아이파크(iPark)’를 통합한 새로운 IT 해외진출 지원 기관으로 국내 IT기업과 제품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