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국내 공인인증기관은 지난 6월 12일부터 공인인증서 발급을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이는 무료보급으로 인한 경영 한계상황에서 벗어나 공인인증 서비스 자체를 존속시키고 나아가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유료화 결정에 따라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인터넷뱅킹, 온라인증권거래, 보험업무,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상호연동형 개인용 공인인증서에 오는 9월 12일부터 4400원의 요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7월 시행된 전자서명법에 근거를 둔다. 이 법에 따라 2000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공인인증 서비스가 개시된 이래 현재 약 1000만명이 공인인증서를 이용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전자서명 대국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인인증기관은 경영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이용자 확대를 위해 개인용 공인인증서에 대해 돈을 받지 않기로 한 반면 공인인증 설비를 갖추고 상호연동 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네티즌은 인터넷과 관련된 서비스를 공짜로 즐기기를 유독 좋아한다. ‘인터넷 시대의 전자 인감’이라고 불리는 공인인증서를 좀더 널리 보급하기 위해 개인용에 한해 당분간 무료로 발급키로 한 것도 네티즌이 이러한 속성을 감안한 정책이다.
이제 공짜 서비스는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필자가 의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PKI포럼 9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 중국, 싱가포르, 대만 4개국과 유럽연합 25개 회원국 가운데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포르투갈 등 11개국은 공인인증서의 유료화를 기본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공인인증서 무료화 방침을 계속 고집한다면 공인인증서의 보급기반이 되는 공인인증기관의 부실을 불러와 공인인증서 보급률 세계 1위인 PKI 종주국의 위상까지 위협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단지 인증기술상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PKI 종주국 자리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PKI 종주국이란 글로벌 경제협력 시대에 전자무역 부문에서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수단이 PKI를 활용하는 공인인증서다.
국내 PKI 인증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투자재원은 공인인증서 유료화를 통해 마련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인터넷뱅킹, 온라인증권거래 등 전자금융 거래에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상황에서 공인인증서의 유료화는 일반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자거래의 안전성 확보와 편익제공, 그리고 공인인증서 제공기관의 서비스 확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료화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과제다.
유료화가 돼야만 공인인증서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상이나 보상을 해 줄 수 있는 안정적 재원이 확보된다. 이와 함께 이 재원을 활용,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 줄 수 있다. 또 유료화를 통해 공인인증기관의 안정적 운영기반이 마련되면 공인인증 서비스도 안정된다. 이러한 안정적 기반 위에서 PKI 기술이 아닌 생체인식 등 신기술 도입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인인증서 유료화는 지속적인 공인인증서 이용분야 확대를 통해 동북아 경제협력 시대에 우리나라가 전자무역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그리고 유료화는 향후 차세대 공인인증서비스를 위한 지속적인 PKI 인증기술과 산업 발전의 관건이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원장 hslee@ki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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