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다음`의 다음

인터넷 포털업계의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대체적으로는 ‘위기’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3∼4년 동안 이어져 온 고성장세가 꺽였다는 것이다.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나 광고수익은 더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성장세마저도 포털업계의 독자적인 노력이라기보다는 초고속망 보급 확대와 같은 기반적 요인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고급기술이나 서비스를 가진 외국 기업들이 들어왔을 때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들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노력들 가운데 하나가 이달 초 발표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테라라이코스 인수다. 이재웅 다음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3년 이내에 국내적인 한계를 탈피하지 못하면 모두 망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통해 인수배경을 설명하려 했다. 이 말은 라이코스 인수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없진 않았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시장 지배자적인 위치를 누려온 데 대한 일종의 자성론으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기나 한계 극복에 꼭 이런 방법을 택했어야 했느냐는 데는 여전히 말이 많다. 다음은 매출액 9800만달러에 연간 순손실이 4500만달러인 기업을 빚을 내서 마련한 9500만달러로 인수했다. 서비스회사로서는 순손실 규모며 인수금액이 ‘장난’이 아니다. 물론 적자기업을 빚을 내 인수한다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높고 전망이 양호하다면 별개 문제다.

 인수 발표 10여일이 지난 지금, 시장반응은 차라리 냉정한 편에 속한다. 주식에 대한 증권가의 의견은 여전히 매도나 중립이 유지되고 있고 신용평가기관들은 신용 등급 하락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쳐 지난 2002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3만원대 아래를 기록했다. 이번 인수 결정을 옹호해 온 한 증권사의 리포트조차도 다음이 적어도 내년 말까지 영업권상각과 지분법평가손실 발생 등으로 손익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다음은 도대체 뭘 보고 포털기업 라이코스를 인수했다는 말인가. ‘깨놓고’ 얘기하자면 포털의 가치란 도메인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일 뿐이다. 회원수는 궁극적으로 허상이고 서비스와 콘텐츠는 그 나중의 문제다. 이런 실상은 불과 석달여 만에 라이코스 인수를 결정해 버린 다음의 ‘계산’에서도 입증이 된다. 다음은 라이코스 도메인의 인지도를 통해 단숨에 인터넷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뜨기’를 바랬다. 그런 후에 이 도메인에 ‘다음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심을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트래픽 규모로 도메인 순위를 먹이는 알렉사닷컴에 따르면 라이코스닷컴(http://lycos.com)은 최근 몇년 동안 순위가 계속 하락해서 105위에 걸쳐 있다. 105위라면 대단할 것도 같지만 한국 기업들이 5위권 안팎에 2∼3개쯤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 순위권에 다음(http://daum.net)이 3∼5위권, 경쟁상대인 네이버(http://naver.com)가 4∼6위권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5위권 이내의 다음이 그것도 한물 가는 것으로 평가되는 105위권 도메인을 사들여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거나 다음은 서비스나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는 리스크가 많은 미국 도메인을 사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한국 제1의 인터넷포털 기업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는 바로 이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엄습해 온 ‘위기’ 를 극복하려는 나머지 포털들의 선택에 다음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