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증권거래소는 시가총액이 이익 잉여금보다 적은 회사, 즉 회사 보유자금으로 그 회사의 상장 주식을 모두 매입할 수 있는 상장사가 총 195개사로 전체의 40%에 달한다는 자료를 냈다.
일례로 디피씨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잉여금으로 같은 규모의 회사를 4개나 살 수 있을 정도다. 국내 기업에 대한 저평가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음으로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 회사가 보유한 현금보다 그 회사의 시가총액이 적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하기보다 기업을 청산하는 편이 주주들에게는 더 이익이 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주식회사란 주주들로부터 물적 투자를 받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윤추구 조직이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기업의 40% 가량은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주가하락의 원인이 우리기업의 게으른 기업활동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또다른 통계가 말해 준다.
올 상반기 기업들의 이익 잉여금이 지난해 말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123조원에 이른 것이다. 즉, 기업들은 장사를 열심히 했지만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장사하려는 의욕과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는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기업 가치가 점점 떨어지면서 기업들은 열의가 식을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의 투자기피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은 없겠지만 노력도 없다는 점은 많은 사람을 의아스럽게 한다. 증권사 사장단은 수년째 증시 체질개선의 대안으로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 △투자자 유인을 위한 증권상품의 세제 지원 등을 정부·여당에 수차례 건의해 왔건만 아직껏 ‘대답 없는 메아리’다.
비슷한 규모의 외국기업에 비해 터무니없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마저 떠나고 있다. 이 마당에 정부와 여당은 ‘시장 경제 원칙’만을 강조하면서 팔장만 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시장 경제 원리’를 강조하기에 앞서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시급하지 않을까. 경제과학부 한정훈기자@전자신문, 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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