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로 모여든 160개국, 1만3300여명의 선수들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아직도 눈에 생생한데 벌써 16년이 지나 올림픽의 발생지이자 최초로 근대 올림픽이 열렸던 아테네에서 제 28회 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이다.
올림픽 하면 뭐니뭐니 해도 금메달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번에도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1만6500명의 선수들이 17일 동안 뜨거운 레이스를 펼친다. 하지만 그동안 순금이 6g에 불과하다는 이 메달로 인한 ‘경기 후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승리지상주의를 들 수 있다. 참가국의 순위가 획득한 금메달 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과열상황이 연출되기 일쑤였다. 2, 3등은 스포트라이트에서 철저히 외면된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만 ‘메달’인 셈이다. 은메달 100개를 딴 국가의 순위가 금메달 1개 딴 국가보다 뒤로 밀리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메달별 점수제로 국가 순위를 정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쑥 들어간 상태다. 1등을 대접해주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손가락질 아닌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한차례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브라질이 세계 축구 최강국이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올림픽 참가선수들은 모두 각국에서 선발된 정예들이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가볍게 여기는 ‘꼴 사나운’ 행태는 없었으면 한다. 선수들 스스로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최선을 다한 노력이 있었다면, 자기보다 나은 실력의 선수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올림픽의 정신은 승리하는 것보다 참여하는 데 있다. 이번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페보스’와 ‘아테나’도 이러한 가치를 상징한다.
금메달 13개로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보고 싶은 것은 2, 3위 시상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세계인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 활짝 웃는 모습이다.
허의원·경제과학부차장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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