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이통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외국의 IT전문가들은 한결같이 IT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이룩한 괄목상대한 발전에 대해 언급하며 초고속인터넷의 빠른 확산과 이동통신의 보편화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2004년 1월 말 현재 가구대비 73%에 이르렀다. 이동전화 보급률도 인구대비 73%로 약 3400만명의 이동전화가입자가 다양한 이동통신서비스를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전화 보급률로 대표되는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은 우리 사회, 기업 및 개인에게 다양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이동통신 기술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지국을 건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동통신 기지국은 도시미관이나 자연환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재산가치를 떨어뜨리고 전자파 영향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문제나 안전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발병 원인이 이동통신 기지국에 있다고 보고 주민들이 이를 파괴하는 사례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동통신 기지국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서 PCS사업자들이 이동통신 기지국 설치 허가를 제 때에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그 결과 기지국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인 장치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설비를 확장하면서 전국적으로 무분별하게 기지국을 건설, 운용하고 있는 데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감시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둘째, 이동전화가 보급되면서 공공장소에서의 이동전화 소음이 증가하고 운전중 통화로 인한 교통사고가 속출하는 등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들이 등장하게 되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가 등장하고 단말기 기술이 진보하면서 휴대폰의 교체주기가 빨라 지고 이에 따라 과소비가 조장될 뿐만 아니라 폐휴대폰이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휴대폰의 재활용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이른바 폰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이 신규 콘텐츠 보급을 위한 초기 미디어로 주목받으면서 모바일 누드가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누드 열풍이 번지고 있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한 확실한 장치가 없다는 것도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생활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 즉 통신 엥겔 지수가 증가한 것도 좋은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카메라 폰이 유행하면서 몰래 카메라가 확산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동통신의 부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의 발전에 대한 제반 부정적인 효과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나름대로의 적절한 대응전략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공재인 주파수를 독점하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이동통신의 역기능과 자신들의 사회적인 책임을 자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주파수에 대한 출연금을 내고 각종 세금을 부담하고 또 몇몇 공익사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생산 주체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도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동통신 가입자들 스스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조직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이러한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한편으로는 고객의 입장에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파수의 주인으로서 필요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대 경영학부 김성철 교수 hiddentree@i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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