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에 이상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3명의 교수가 다른 대학으로 떠났고 직원 2명은 부정이 적발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뒀다. 올 들어서는 익명의 학생이 제보한 이른바 ‘교수 연구비’ 사건으로 수개월째 시끄럽다. 최근에는 단체교섭 결렬로 노조가 파업하는 등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하다.
광주과기원 측은 이에 대해 “어느 기관에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한다. 하지만 속병을 앓고 있는 교수와 직원을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 직원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지만 교수와 직원, 직원과 직원간의 분위기가 이토록 삭막하고 썰렁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모 교수는 “구성원들이 갈래갈래 분열돼 있는 느낌”이라며 “독립적인 공간과 역할이 보장된 교수지만 답답하기는 직원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광주과기원 안팎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집행부의 업무 추진력 및 지도력 부재를 꼽고 있다. 젊은 교수가 사표를 던졌는데도 불구하고 붙잡기는커녕 무반응에 가까운가 하면 교직원의 부정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쉬쉬해 결국 사태만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 지지부진한 학사과정 설립문제도 집행부의 능력과 연관짓는 시각도 많다.
더욱이 인건비조차 부족하다며 긴축경영하자는 노조의 건의에 모 처장이 “노조가 왜 예산문제에까지 끼어드냐”고 면박을 줬다는 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는 직원들의 모습에서는 집행부에 대한 극단적인 ‘포기상태’까지 읽혀진다.
한 조직을 이끌어가고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구성원간 이견과 갈등, 반목과 대립을 빚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한꺼번에 많은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이 집행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해 역효과를 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금 광주과기원의 문제는 보편적인, 우발적인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조직에 불만이 많은 극소수의 감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집행부와 구성원들이 마음을 터놓고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미래를 향한 창의적인 과학기술의 요람’이라는 비전을 실현해 가기를 기대한다.
경제과학부·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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