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가경쟁력과 해커

 세계적 해커 대회가 30일(현지시각) 열린다. 이름하여 ‘데프콘12’. 라스베이거스 알렉시스 파크에서 3일 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언더그라운드 해커 행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꽤나 이름 값하는 해커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커’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원래 해커는 ‘장난기 많은 컴퓨터 고수’에 지나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 또 크기도 무척 컸다. 당시 해커들은 직접 컴퓨터를 제작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오늘날의 개인용 컴퓨터(PC) 보급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들어 PC 보급이 점차 늘고 네트워킹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컴퓨터 악동’이라는 본래 의미의 해커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타인의 컴퓨터에 무단 침입, 범죄를 저지르는 ‘첨단 도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시스템 파괴를 일삼는 해커를 특별히 크래커(cracker)라 부르며 좋은 의미의 해커와 구분해 부르자는 움직임도 한때 있었다. 실제 해커 원조라 불리는 리처드 스톨만은 공개 소프트웨어 진영에서 대단한 명성을 얻고 있다.

 소프트웨어 대가인 에릭 레이먼드는 해커를 아예 ‘솜씨 좋은 프로그래머’로 정의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해커에 대한 다섯 가지 특징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나 시스템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 △이론을 세우기보다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사람 △다른 사람의 해킹을 인정하는 사람 △프로그램을 빨리 만들 수 있는 사람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시스템에 대해 전문가인 사람 등을 꼽고 있다. 그의 해커 정의 어디에서도 파괴적 이미지는 찾아 볼 수 없다.

 사실 전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잘만 이끌어주고 가르치면 해커가 대단한 국가자산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중국 해커에게 호되게 당한 우리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이의 10만 양병론에 빗댄 ‘10만 해커 양병설’을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해커’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

  국제부· 방은주차장@전자신문,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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