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만큼 ‘글로벌’하게 인력이동이 이뤄지는 분야도 드물다. 프로스포츠의 대명사인 축구는 특히 대표적이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은 물론이요, 얼마 전에 세계를 달궜던 유로2004를 보면 금방 짐작이 간다. 좋은 성적을 냈던 프로팀 선수들은 엄청난 몸값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 입으며 소속팀을 옮겨간다. 그리고 이들은 구단주나 감독의 희망대로 시즌 중 예상했던 성적을 내준다. 감독들의 예는 보다 구체적이다. 유로2004의 결승전에서 맞붙은 그리스와 포르투갈팀의 공통점은 두 팀 모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성공했다는 사실. 그리스는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 포르투갈은 브라질 출신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에 각각 지휘봉을 맡겼다. 물론 가장 실감나는 사례는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우일 것이다.
이렇게 외국에서(글로벌차원에서) 선수나 감독을 영입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을 두고 언급되는 게 이른바 ‘글로벌 프렉티스(Global Practice)’다. ‘프렉티스’란 말 앞에 ‘베스트’란 말을 붙이면 기업의 경우 외부업체의 탁월한 업무방식이나 양식을 도입해 현업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글로벌 프렉티스는 해외에서 베스트 프렉티스를 구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레하겔 감독은 개인기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일삼던 그리스팀에 독일의 전차군단식 조직력을 도입해 최고의 성과를 낸 것이다.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닛산자동차의 부활을 알린 카를로스 곤 CEO를 빼놓을 수 없다. 미쉐린브라질 사장을 지낸 카를로스 곤은 2001년 파산위기에 몰렸던 닛산을 불과 2년 만에 영업이익 83억엔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적을 내는 회사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글로벌 프렉티스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는 그 당사자가 외부에서 영입됐기 때문에 기존의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요, 두번째는 소속국가나 기업에 연고가 없기 때문에 오직 승부나 성적으로만 평가를 받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갈수록 안개속을 가는 우리 기업들에도 이제는 글로벌 프렉티스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디지털문화부·서현진부장 jsuh@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4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