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원군과 명성황후

 대원군과 명성황후는 구한말 가장 상징적인, 또한 비극적인 정치지도자였다. 두사람은 조선의 독립과 부국강병을 누구보다 갈망했다. 그러기에 각각 보수와 진보의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두사람은 모두 실패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정치적 동지나 다름 없었던 청과 일본에 의해 각각 죽임을 당했다.

 19세기 말의 구한말 시대는 말 그대로 격변기였다. 서구 열강들의 동진정책이 일본과 중국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반도에 집결되던 때였다. 더불어 청과 일본마저도 한반도의 헤게모니를 탐하던 때였다. 당연히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열강들의 격전장으로 화했다.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위기를 맞아 조선의 자주권 확립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방법은 서로 달랐다. 기존 국제질서였던 중국(청)과의 유대관계에 바탕을 둔 보수세력과 친일본으로 대표되던 개혁세력 간 다툼이 극에 달했다. 보수와 진보, 두 세력은 실질적인 권력자였던 대원군과 명성황후를 각각 지도자로 선택했다. 대원군은 쇄국정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보수세력에 의한 부국강병을 추구하려했다. 반면 명성황후는 친일본으로 대표되던 개혁세력을 바탕으로 근대화를 시도했다.

 조선의 비극적인 종말로 끝난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정치노선과 인물 됨됨이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각 조선의 사실상의 국부와 국모였던 만큼 그 누구보다 조선왕조를 외세로부터 지키려 애섰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극한 대립을 달렸고 이들을 둘러싼 조선의 지도층과 대중, 외세를 권력획득에 이용하려 했다. 또한 이 같은 권력다툼 때문에 자신들의 본질마저 상당부분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지형이 갈수록 구한말과 비슷해지고 있다. 특히 동북아, 나아가 세계 시장 재편을 놓고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IT전쟁은 구한말시대를 연상케 한다. 미국과 유럽 진영간에 첨예하게 벌이고 있는 한국 통신방송 시장 지배전략은 구한말의 그것과 흡사하다. 정부와 통방세력은 이로 인해 엄청한 갈등과 대립을 겪고 있다. 중국이 개방화를 통해 세계경제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구한말시대를 연상케 한다. 동북아는 현재 21세기 경제전쟁의 집결판이 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 경제전쟁의 격전장으로 떠오른 지금 참여정부및 여당과 야당은 다같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분배를, 야당은 성장 우선을 주장하고 있다.

 마치 외세로부터 똑같이 자주독립과 부국강병을 외치면서도 보수와 진보로 국론이 분열되었던 구한말과 흡사하다.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라 했다. 분배냐 성장이냐는 단지 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방법론일 뿐이다. 그러나 갈수록 사정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분배냐 성장이냐 하는 방법론으로 인한 갈등과 알력이 증폭되다 보니 목표마저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될 지경이다. 바로 1세기 전 대원군과 명성황후가 외세로부터 조선의 자주독립과 부국강병을 꿈꾸었지만 방법론에 사로잡혀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우리 후손들에게는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결말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유성호부장@전자신문, sh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