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한판 붙자’
삼성SDI가 두께를 기존 제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32인치 디지털 TV용 35cm 초슬림 브라운관을 개발하고 오는 2006년에는 20cm에 불과한 제품까지 선보이기로 함에 따라 브라운관의 일대 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양강의 한 축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 역시 35cm 두께의 21인치 슬림 브라운관을 이미 지난 5월 개발,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막액정디스플레이(LCD)에 비해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보유한 브라운관(CRT)업계가 앞으로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LCD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여 디스플레이 시장은 앞을 내다보기가 한층 어렵게 됐다.
◇PDP 수준 브라운관 TV탄생=이번에 발표한 제품은 기존 브라운관 두께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이를 위해 편향각을 기존 105도에서 125도로 넓혔다. 10∼15cm 내외에 불과한 LCD TV에 비해서는 두꺼운 편이지만 대부분의 LCD TV가 셋톱박스나 DVD 등과 함께 사용돼 최소 30cm 이상의 폭을 둬야 하는 만큼 같은 공간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기존 브라운관과 거의 비슷한 200달러 안팎에 책정될 예정이다. 기존 소재 및 부품을 대부분 활용하고 라인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피가 줄어드는 데 따른 창고비용, 물류 비용 절감, 세트 패키징 절감 및 포장지 절감을 감안하면 세트업체에서는 10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는 이와 함께 올해 초부터 두께가 20cm에 불과한 초슬림 브라운관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SDI는 2년간 100억∼150억원을 투입, 2006년 초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무게도 2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오는 2006년에는 PDP TV 두께에 불과한 브라운관 TV가 탄생하는 셈이다.
◇2008년에 3500만대 수요 발생=브라운관 디지털TV 수요는 2004년 450만대에서 연평균 87%의 성장을 거듭, 내년 1070만대, 오는 2008년에는 484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날로그까지 포함할 경우 1억6000만대 안팎이다. LCD TV가 2008년에 3500만대 안팎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2008년에도 출하기준으로는 브라운관TV가 여전히 디지털TV의 최대 디스플레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브라운관 수급 부족으로 삼성SDI가 20%에 근접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해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것도 CRT업계를 밝게 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볼 듯=초슬림 브라운관은 국내 업체들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기존 두께보다 8cm(편향각 110도) 줄인 35cm 두께의 21인치 슬림 브라운관을 개발, 지난 5월부터 판매중이다.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오는 연말경에는 거의 동시에 기존 제품보다 15cm 가량 두께를 줄인 브라운관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또 내년 28, 29인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양사는 관련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공용화도 추진중이다. 반면 일본의 브라운관 업체인 MTPD와 톰슨 등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슬림 브라운관 부분에서는 국내업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의 변창련 상무는 “일본 업체들이 너무 빨리 브라운관을 포기했다는 자책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이제 브라운관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 성능에서도 일본을 추월했다”고 설명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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