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최근 발표한 ‘세계 경쟁력 연감 200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경쟁력이 지난해보다 3단계 하락한 19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작년에도 우리나라는 이 부문에서 16위를 기록하면서 전년(12위)보다 4단계 하락했다고 하니 다소 걱정이 된다.
IMD가 ‘부자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사 30개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나라 6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미국이 과학 경쟁력 분야 1위, 그리고 일본과 독일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과학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은 일치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가 이번 조사에서 이처럼 과학경쟁력이 추락한 것은 청소년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49위에 그쳤을 뿐 아니라, 최근 이공계 기피와 과학교육 부실이 주요 원인이라고 하니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사실 청소년의 과학기술 관심 향상은 어느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학에 관한 박물관을 전국에 세우는 등 국민 모두가 어릴 때부터 과학과 기술에 대해 자주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정부의 일회성 행사가 아닌 꾸준하면서도 지속적인 노력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요즘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여러가지 처방전을 내놓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명 과기부 장관을 비롯해 뜻있는 여러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시간날 때마다 “앞으로 과학기술을 모르고서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저변에는 과학기술로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한 듯하다.
최근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저명한 외국인 과학자가 국내 유명 대학의 총장으로 오기도 했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돼야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또 그래야 공부 잘하면 무조건 법대나 의대, 그리고 상경대를 가는 우리나라의 ‘천박한 풍토’를 바꿀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과학기술부 등 일부 부처만의 일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IMD 조사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기술인프라 부문에서 2002년 17위에서 2003년 27위로 떨어진 뒤 올해 다시 8위로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기술인프라 부문에서 올해 이렇게 좋은 순위를 기록한 데에는 광대역통신 가입자수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막강한 한국의 인터넷 파워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국내의 인터넷 인프라가 여간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외치고 있는 요즘, 과학경쟁력과 기술인프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경준· 관악구 봉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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