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모바일게임 산업의 `하프타임`

7월은 여름 휴가의 달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경기와 얼어붙은 소비심리와는 별개로 올해 여름 휴가를 꼭 떠나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5%에 달했다. 이 설문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휴가를 돈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이 60%를 상회했다는 점이다. 이는 휴가를 소중한 재충전의 기회로 여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많은 직장인들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쳐 있음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 의학 관계자들은 스트레스나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인체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과도한 압력과 열악한 환경, 그리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현대인은 성과와 업적(output)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릴 뿐, 내적인 성장과 투자(input)는 항상 먼 나라 얘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지난 99년 첫 다운로드 게임이 등장하면서 본격화된 모바일게임 시장은 현재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성장기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국산 콘텐츠 수출 진흥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모바일 관련 산업의 발전과 같은 외부 여건의 개선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었고,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몇 년 사이 수백여 개에 이르는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양산됐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외부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만큼 부침을 많이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게임의 재미와 내용만으로 승부하는 500여 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구도이다 보니 과열경쟁으로 인한 제살깎기식 마케팅, 과잉공급으로 인한 게임당 매출 점유율 저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앞으로 가되 길은 보이지 않는’, 장기적 안목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치고 빠지기식’ 전략만이 유행처럼 번져 모바일 게임 산업에도 ‘만성피로증후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그렇다면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축구나 농구와 같은 단체 경기에는 어김없이 ‘하프타임’이 있다. 하프타임은 전반을 마무리하고 후반을 준비하는 휴식의 시간이자 재충전의 시간을 의미한다. 전반을 숨가쁘게 내달린 선수들은 전·후반 사이의 하프타임에 감독의 지시를 받고 운동장을 돌아보며 동료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또한 한 발 떨어져 그라운드를 조망하며 먼 발치에서 후반전에 맞설 상대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도전과 문제의 연속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가 예상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적정한 타이밍으로 순차적으로 발생하는지, 혹은 걷잡을 수 없이 한꺼번에 집중되는지의 문제다. 이는 모바일 게임 산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연 지금의 모바일 게임 산업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발생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는가.

 혹 지금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한다면 단기 수익에 급급한 근시안적 비즈니스, 다른 기업의 장기간의 개발 노력을 무시한 무조건적인 모방이 모두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인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모두 ‘노(No)’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상승 흐름을 뒷받침할 기업 내부의 자생력과 문제 해결의지다.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둔 이때, 신발끈을 조이기에 앞서 모두가 사업을 시작하던 당시로 돌아가 초심(初心)을 떠올려야 하겠다. 그래서인지 이번 하프타임은 유난히 더 반갑게 느껴진다.

◆박규병 아이넥스코퍼레이션 사장 kbpark@inex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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