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코언 박사는 나비의 아름다움에 빠져 나비연구에만 전념했다. 그는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에서 나비들의 고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뚱뚱한 번데기의 몸집에서 바늘구멍보다 조금 큰 구멍으로 비집고 나오는 나비가 몹시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번데기의 구멍을 가위로 잘라 주었다. 나비들은 번데기의 넓은 구멍으로 쉽게 세상을 맛보았다. 그의 기쁨은 컸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코언박사가 가위로 번데기의 구멍을 잘라준 나비들은 날지 못하고 땅위에서 힘없이 뒹굴었다. 색채 역시 자연 탈바꿈한 나비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구멍을 조금 잘라 그나마 번데기에서 애를 쓰고 나온 나비는 어느 정도 날 수 있었다.
날지 못하는 나비는 더 이상 나비가 아니다. 나비는 결국 변태과정에서 얼마나 애를 쓰고 나왔느냐에 따라 더 우아하게 날 수 있고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심지어 생존을 결정짓는다. 번데기의 구멍이 나비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이다. 코언 박사의 나비 연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성장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책은 번데기의 구멍을 자르는 가위와 같다. 지나치게 구멍을 막아버리면 나비가 되지 못하듯 규제는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반대로 지원이랍시고 번데기의 구멍을 크게 자르면 기업은 날지 못한다. 대외 경쟁력이 없다. 어느 것도 기업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연 그대로 놔둔다면 그 것이 바로 시장경쟁이다. 코언 박사가 든 가위가 나비의 운명을 갈라 놓듯, 규제와 지원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제조업도 그랬고 IT기업도 그랬다. 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아예 번데기에서 숨을 거둔 기업이 있었는가 하면 날지못하는 나비가 된 기업도 많다. 눈에 보이는 즉흥적인 지원은 번데기의 구멍을 무리하게 자르는 것과 같다. 번데기에서 운명(?)을 다하게 하는 지나친 규제도 문제다. 하지만 무턱대고 가시적인 지원이 육성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큰 문제다. 과정은 힘들지만 변태하고 나면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물도 마시고 꿀도 먹을 수 있게 아름다운 화단을 가꾸는 것이 지원의 중심일 것이다.
이제 막 번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문화산업에 어떤 가위를 들이 댈 것인가. ‘찰스 코언의 가위’를 신임 문화부 장·차관은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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