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두업체들이 차기작 개발을 위해 외국 상용 엔진을 사용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해외 유명 개발자들의 영입 및 해외 개발사와의 제휴도 잇따라 발표됐다.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이 소식을 접하면서 엇갈린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게임개발의 중심축인 게임엔진을 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가’ ‘우리가 과연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 맞는가’ 등의 생각이다. 반면 또다른 생각은 ‘상용 엔진을 구입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꽉 짜여진 개발 일정과 비용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실제로 자칭 타칭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게임계는 이 두 갈림길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게임업계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개발사가 외국산 게임 엔진을 사용할 경우, 고가의 라이선스비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또 엔진사용에 대한 교육을 받기 위해 많은 개발자들이 해외에서 연수를 받고 오기도 한다. 엔진에 대한 해외 연수는 기술력 부문이 아닌 엔진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엔진 설계 및 구조에 대한 교육에 그칠 뿐이다. 게다가 수입한 엔진 자체도 옛 것인 경우가 많고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범위 내에서 비슷한 종류의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개발 인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가 엔진 개발과 게임 기획 및 그래픽 등 콘텐츠 개발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독자적으로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큰 모험일 것이다. 많은 시간과 인내가 들어가는 작업이고 그 노력에 대한 성공도 결코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은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게임 선진국의 경우 게임 개발을 위해 자체 기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전문화시켜 가고 있다.
게임산업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이다. 누구나 개발·서비스할 수 있는 산업 분야다. 한국 온라인게임을 유통하던 해외 여러 기업들도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은 국가과학기술계획 안에 온라인게임 부문을 포함시키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은 엔진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상용 엔진을 들여와 빨리 만들어 팔고 싶어한다. 장애물을 건너뛰기보다는 안전하게 우회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손쉬운 선택’으로 우리 게임산업이 많은 것을 잃고 있지 않는지 진지하게 돌이켜 봐야 한다.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 산업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 담긴 차별화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언제까지 게임 선진국이 만든 기술의 소비자로만 남아 있을 수 없다. 회사의 중장기적 비전을 염두에 두어서라도 ‘어려운 선택’은 꼭 필요하다. 중소 게임업체가 현실적인 여건으로 어렵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선두업체만이라도 그 중심을 지켜야 한다.
대안으로는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기술 우위를 지켜야만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술은 곧 상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권오준 지오마인드 사장 ojoon.kwon@geomi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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