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시범단지 조성 사업이 ‘전략물자 통제체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미 대사관 상무부 측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전략물자와 관련, 전문가들이 줄곧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대표적으로 △입·반출이 금지된 전략물자 및 첨단 레이저 장비를 들고 갈 수 없다는 점 △개성공단에서 생산될 ‘메이드인 DPRK’ 제품의 미국 수출 문제 △대북 무기 전용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제기해 왔다.
◇업체들 “사전 고지 없었다.”=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에 장비를 반출해서 공장을 운영할 때 전략물자 반출 문제와 관련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통일부는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챙기고 입주 희망 기업들에 이런 것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기업들이 사정을 감안한 투자를 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 예정 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가 될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조건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이들 업체는 “통일부와 산자부의 의견이 다르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전략물자 통제는 후 순위?=‘개성공단’ 프로젝트는 남측의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약 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 산출 △생산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의 효과와 함께 통일의 물꼬를 튼다는 그야말로 ‘1석3 조’의 사업이다. 15개 업체들도 개성공단 성공신화를 꿈꾸며 중국, 개성공단, 한국의 3각 생산 벨트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돌발변수인 ‘전략물자 통제체제’라는 걸림돌을 방치할 경우 △개성공단 생산품의 수출상 불이익 및 제재 △대미 외교통상 문제 돌발 가능성 등이 잠재한 만큼 이런 목적에 차질이 발생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정부가 지금까지 ‘일단 밀어붙이자’라는 식으로 상황을 이끌어왔다는 점이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건설 책임자인 한국토지공사 개성분양팀 관계자는 “애당초 개성단지입주업체의 생산품이 전략물자통제품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추후 판단키로 통일부와 합의했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 체결 이후라도 계약금까지 돌려주고 만일에 대비한 예비업체들도 선정했다”고 해 전략물자 문제가 우선 고려사항은 아니었음을 암시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법 없나=한국토지공사는 지난 14일 분당에서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할 로만손, 재영솔루텍, 대화연료펌프, 매직마이크로 등 15개 업체와 계약을 하고 노무관리·금융지원제도·공장건축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심상근 산자부 전략물자관리과장은 “북한 생산 품목에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 수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해 우호적인 국가나 통제가 덜한 유럽시장 판로의 개척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가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신청을 철회한 한 금형업체 사장은 “정부가 100% 안전을 보장해도 불안한 것이 대북사업”이라며 “훗날 문제 발생시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모든 변수를 검토, 고려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바세나르협약=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수단의 개발·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화학장비, 반도체장비, 공작기계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전략물자수출통제 제도 중 하나로 96년 7월 코콤을 대신해 설립됐다. 이 중 용도물자의 경우 일반, 민감 및 초민감 품목으로 구분해 수출통제 실적을 연 2회 또는 개별 거래시 전회원국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는 96년 4월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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