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4월 중순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네티즌은 언론사 웹페이지나 인터넷 언론 사이트에 글을 올리려면 사전에 해당 사이트의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온갖 욕설과 비난, 비방을 퍼붓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해당 사이트는 글을 올리는 사람의 본인 여부 확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당초 지난 총선 때부터 이를 시행하려 했지만 당시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해 당분간은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제재를 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 이 법안이 실효성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실명제라는 공통점을 감안해 금융기관의 홈뱅킹과 비교해보자. 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는 실명제가 홈뱅킹용으로 이미 사용돼 왔다. 사용자 개인이 제 3의 인증기관으로부터 공인 인증서를 발급받은 후, 발급받은 인증서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홈뱅킹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절차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금융거래에 있어서는 보안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러한 불편함을 감내하고 필요성에 동의한다. 금융기관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인증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이나 언론사가 이와 비슷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어떨까. 과연 사용자들이 위와 같은 불편을 받아들일 것이며, 언론사에서도 수천 만원을 지불하며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할 것인가. 이러한 제도는 결국 인터넷 참여가 감소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홈뱅킹 가입 절차와 같은 불편을 감내하고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며, 인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포털업체나 언론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비용의 문제 외에도 인터넷 실명제는 건전한 토론 문화 자체를 위축시킬 것은 분명하며, 이는 익명성이란 허점 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 못지 않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인터넷상의 무책임한 비방과 욕설의 문제는 법적인 강제보다는 각 구성원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이 법안에 대해 제고할 필요가 있다.
장삼동·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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