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라는 게 있다. 미신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해에는 가정의 대소사를 치르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스물아홉살이라고 결혼식을 미루고, 어렵사리 장만한 집도 가장이 아홉수에 걸리면 이사를 가지 않으려 한다. 회갑 전해의 잔치를 포기하는 집도 있다.
‘아홉수’의 유래는 어디일까.
무엇보다 ‘9’가 주는 불완전성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10진법을 사용하는 서양 각국의 경우 9라는 숫자는 일을 이루기에 부족하거나 사건을 앞둔 긴장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미호’나 한 많은 사연이 담긴 아흔아홉고개처럼 9는 미완결성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9는 뜻깊은 숫자라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입신의 경지’라는 바둑 9단이 그렇고, 흔히 빗대는 말로 ‘정치 9단’이 그렇다. 99살까지 살면 백수연을 열었는데 이는 ‘백수(百壽)’ 잔치가 아닌, 백(百)에서 일(一)을 뺀 ‘백수(白壽)’ 잔치였고 대갓집도 99간이 최대였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의 의식 속에 9는 최고, 최대, 완결의 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성인연령을 19세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성년기준을 19세로 보게됐다. 무려 46년만의 손질이라고 한다. 정치권 전반이 이에 동의하고 있어 성년은 20세에서 19세로 낮아질 전망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로 민법은 물론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근로기준법 등 각종 법들의 성인연령이 19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거연령이 19세로 낮춰질 전망이다.
나이 제한으로 지난 17대 총선에 참여하지 못한 19세는 6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이들의 본격적인 선거 참여는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바꾸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세들이 ‘아홉수’의 미신을 딛고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 우뚝 서게 되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허의원 경제과학부 차장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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