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월 5일 아침, 직원들에게 조직 개편과 단독 CEO 체제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사진은 직원 앞에서 NHN 비전을 설명하는 필자.
NHN이 지금과 같은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공동 CEO 체제’를 꼽고 싶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NHN의 성장 전략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두 조직을 합병하면서 이해진 부사장과 나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기보다는 서로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 3년 5개월 간 지켜온 공동 CEO 체제는 양사 문화를 융합하고 NHN의 핵심사업인 검색과 게임에 주력할 수 있었던 기반을 마련했다.
회사 성장과 함께 글로벌 프로젝트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의사결정 문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협의시간이 지연되고 때로는 일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기도 했다. 단독 CEO 체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야 했다. 정확하게 기업공개 한 직후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문제는 누가 CEO를 맡느냐 였다. 둘 다 실무 참여를 좋아하다 보니 CEO 자리를 놓고 ‘양보하기’에 바빴다. 곧 성격이나 경영 스타일 면에서 바깥 살림에는 내가 적합하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이 부사장이 워낙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았고 청렴하고 유연한 CEO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그에 대한 부담감이 무엇보다 컸다. 그리고 3년 5개월동안이나 동등한 위치에서 걸어온 파트너를 ‘부사장’으로 인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고민만 할 수는 없었다. 우선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해보기로 하고 이 부사장과 합의하에 지난해부터 역할을 조정했다. 이 부사장은 안살림 중심으로 조직 관리 및 회사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힘썼고 나는 대외활동 및 의사결정 업무에 보다 많은 투자를 했다. 이는 향후 내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단독 CEO 체제로 전환키로 최종 결정한 건 지난해 말 경영진 워크숍에서 였다. 여기서 CEO·CSO·COO가 삼각구도를 이루는 지금의 의사결정 체계도 마련했다. 이해진 부사장, 김정호 부사장과 나 3명이 따로 호텔방에 앉아 장장 8시간동안 여러 그림을 그리며 고민한 결과였다.
1월 5일 아침, 직원들에게 조직 개편과 단독 CEO 체제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직원들 하나하나 얼굴을 맞대고 취지와 계획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700명 규모의 거대 조직이었다. 부서장, 팀장을 거쳐 직원들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게 했다. 혹시 전달 과정에서 사실이 와전되어 다른 추측이나 말들이 나돌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그날 오후 직원들에게 ‘마음의 벽을 허뭅시다’라는 제목의 긴 메일을 썼다. ‘이제 우리는 지금 또 한번의 도전을 위한 출발점에 서있습니다’ 로 시작한 메일에는 올해 사업과 회사 비전, CEO의 각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도 그 메일에 대한 직원들의 회신 메일은 별도 폴더를 만들어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야근하거나 주말에 일하면서 가끔 열어보곤 한다.
단독 CEO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얼굴 보기 힘들어졌다는 거였다. 이전에 이 부사장과 분담했던 외부 공식행사 및 파트너 계약 체결 미팅, 조찬 미팅 등을 이제 혼자 모두 챙기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제 반기를 넘기고 나니,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선 것 같다. 다행히 단독 CEO에 오른 이후 경영 실적 및 비즈니스 상황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 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사실이다.그때 마다 직원들이 보내준 회신 메일들을 보고 힘을 얻는다.
“직원 여러분, 지난 1월에 쓴 메일에서 약속했듯이 항상 땀 흘리고 노력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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