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잠못드는 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통신위원회(위원장 윤승영)가 이동전화 3사의 보조금 지급 금지 위반 사안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검토중인 가운데, 사업자들 모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3사는 올초 통신위로부터 단말기 보조금 금지 위반이 적발돼 수백억원대의 무더기 과징금을 받았지만, 이번엔 강도가 훨씬 심한 ‘영업정지’ 처분까지 흘러나오는 분위기여서 사업자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통신위는 SK텔레콤의 추가제재를 결정했던 지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에 이어 하반기 2단계 번호이동성 시차제 시장 환경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사업자는 물론 단말기제조업체, 유통업체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재 방향=통신위 안팎에선 이동전화 3사 모두에 작게는 과징금 처분에서 영업정지, 심지어 형사고발까지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수백억원이라 해도 과징금은 일회성 제재이나 영업정지는 신규 가입자 모집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어서 사업자들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통신위 관계자는 “단순히 금지행위 위반인지, 시정명령 불이행인지를 판단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심결하면 영업정지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관례상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병행해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적어도 수개월씩 시차를 두고 단말기 보조금 지급 사례가 나올 경우 금지행위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으나 시정명령을 받고도 계속 보조금을 지급한 행위를 적발하면 제재 강도가 한층 높은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를 법제화한 후 이를 무시한 채 줄곧 보조금을 썼던 이동전화 3사는 지난 2002년 10월에 유사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SK텔레콤은 한달, KTF·LG텔레콤은 각각 20일씩 가입자 모집에 발이 묶였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위 심결에 따라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판단되면 최대 1년까지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대응책 부심=이동전화 3사는 7일 통신위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이번주 이동전화 3사 사장단이 모여 클린마케팅을 선언하기로 한 것도 긴박한 심경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7월부터 KTF에도 번호이동시차제를 적용해 하반기 시장경쟁이 촉발되면 이동전화 3사 모두 신규 전략단말기를 통한 고객 유지 및 유치 전략을 펼쳐야 하는데 영업이 정지되면 발목이 묶인다. 실제로 무분별한 점유율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SK텔레콤은 하반기에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 증대를 위해 동영상(준) 단말기 확대 보급에 본격 나설 예정이나 이마저 불가능해진다. 더욱이 정통부에 인가를 신청한 새 요금제나 모바일뱅킹 등 각종 신규 서비스 가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KTF·LG텔레콤도 번호이동성 시차제라는 호기에 가입자 모집에 제동이 걸려 된서리를 맞게 된다.

 ◇걱정 섞인 목소리=통신위의 제재가 결국 이동전화 3사 스스로 초래한 과열·과당경쟁의 결과이나 일각에선 과다한 처벌로 인한 시장위축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침체된 국내 경기에 그나마 숨통을 터준 이동전화 시장이 얼어붙으면 영업정지로 인한 연쇄 파급효과가 우려된다는 시선이다. 특히 최근 잇따라 선보인 모바일뱅킹·MP3폰·위성DMB 등 신규 서비스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편법 영업을 근절해야 하나 올해 시장 속성상 보조금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며 “시장활성화를 위해 출시한 신규 서비스마저 타격을 입을 경우 그 피해는 산업전반에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번호이동성 환경에서 이동전화 가입자들 또한 일정기간 번호이동의 혜택을 입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통신위는 영업정지라는 강수를 꺼낸다 해도 기간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정책심의위 결정을 통해 불공정경쟁 행위에 1차 경고장을 보낸 정통부는 물론 최근 3명의 위원을 신규로 선임해 새 출발한 통신위 역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강도 처벌이 부담스럽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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