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RFID기술의 시대적 사명

최근 신문·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 문제다. 이는 실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직접적일 뿐 아니라 큰 사회적인 문제까지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채용 정보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4%가 구조조정을 경험했고, 구조조정 이후 몇 사람의 업무를 넘겨받았는가에 대해 1명이 57.1%, 2명이 25.6%, 3명이 11% 등으로 최소한 1인 2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은 줄었지만 업무는 줄지 않았으며 결국 구조조정만 했지 생산성 향상에 대한 배려는 극히 미흡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구조조정이 사회적인 화두라면 최근 IT업계 최대 관심사는 전자태그(RFID) 시스템이다. 기술 개발에 이어 최근에는 이를 접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소개되고 있다.

 사실 RFID는 몇 년 사이에 반짝 출현한 기술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사업장에서 이를 이용해 왔다. 동식물에 부착했던 125KHz 대역의 태그, 교통 카드 등에 사용하는 13.56MHz 대역의 태그 등 30cm 이내에서 한 번에 하나씩 읽히는 상호 유도 방식의 비접촉식 서비스가 존재했다. 단지 최근에는 900MHz 대역을 사용하는 전자기파 방식으로 최대 10m, 한번에 1000개까지 읽을 수 있는 RFID 태그가 등장하면서 이를 포괄적으로 RFID라고 부를 뿐이다.

 흔히 사회 문제와 새로운 기술은 별개로 생각하기 쉬운데 따지고 보면 신기술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그 운명이 좌우된다. RFID 기술도 마찬가지다. 즉 구조조정 여파로 인원이 줄어들고 자동화·시스템화 면에서 추가 투자가 부족해지면 생산성은 저하되게 마련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빠른 인식 속도, 더 긴 인식 거리를 위한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게 되면서 RFID가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일부에선 RFID가 기술적 수단에 불과해 자체적으로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에서 전제했듯이 RFID기술은 시대적 요구에 의해 태어난 기술이다. 이 때문에 어느 기술보다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9대 신성장동력을 지원하는 2대 기반 사업에 통합 정보통신망과 함께 RFID를 포함한 것도 이런 사회적 인프라로 RFID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RFID가 도입되면 기술적 한계로 관리할 수 없었던 부분을 관리할 수 있고 ‘시스템 개선(SI)’이나 ‘네트워크 활용(NI)’과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된 기기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정보기기 산업 등에 새로운 시장과 고용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구조조정으로 관리가 어렵거나 소홀한 부분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실업률 증가, 생산성 저하 등으로 빠져버린 인원을 보충하고 개선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더 나아가 상품·식품·의료·교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생활 편익도 높일 수 있다.

 공급 과잉으로 3조원 규모에서 거의 정체돼 있는 SI·NI 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 줄 것이며, 바코드나 비접촉식 방식에 의한 거리와 속도 제약을 극복해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물류비 낭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먼저 적용한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개발해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 우리 IT 관련 산업의 공급 과잉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RFID라는 새로운 수단을 다양한 목적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산업계, 연구계, 학계 등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통해 인터넷 이후 멈춰버린 IT 강국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고 동북아의 물류 거점 국가로서 확고한 위상 확보뿐 아니라 국민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윤태섭 하이트랙스 사장 tsyoon@ns.hitra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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