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행정 정보화사업 `삐걱`

행정자치부가 전자지방정부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추진중인 ‘시도행정정보화사업’이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입찰이 2번이나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어 배경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행자부가 예산절감을 위해 도입한 분할 입찰 방식. 행자부는 주 사업자에게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토록 하는 방식 대신에 개발·HW·SW 등으로 구분해 입찰을 진행할 경우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이 방식이 얻는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다”며 반발하는 등 행자부와 사업자간 이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업내용 및 경과=지난 1월 본격 착수된 시도행정정보화사업은 오는 2007년 6월까지 전국 16개 시·도(광역)에 전자지방정부를 구현하는 프로젝트. 1단계인 기반구축단계(2004년 1월∼2005년 6월)에서는 자치행정·문화관광·복지여성·농업·산림 등 18개 업무와 관련된 정보시스템이 대상이다. 2단계인 고도화 사업(2005년 7월∼2007년 6월)에서는 정책결정시스템 및 지식관리시스템 등이 개발된다.

 올해 예상 투입 비용만 600여억원에 달하는 데다 향후 시·군·구 고도화 사업을 비롯해 전자정부 과제와의 관련성이 높아 SI·SW·HW 등 관련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착수와 동시에 벽에 부딪혔다. 지난 2월 시도행정정보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11종의 SW 및 솔루션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앞두고 국산 SW업체들이 반발해 입찰이 연기됐다. 또한 최근 입찰을 다시 실시하려 했지만 행자부가 입찰참가조건으로 내건 ‘원 제조사의 공급 및 기술확약서’ 등이 문제가 돼 다시 연기됐다.

 ◇업계, 분할 발주가 원인이다=관련 업계는 이처럼 두번이나 입찰이 연기된 것은 사업이 개발·SW공급·HW공급 등으로 분할 발주된 데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개발사업자와 HW 및 SW공급자를 별도로 선정할 때 개별 프로젝트 간의 연계성과 전체 프로젝트의 안정성 미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행자부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보완조치를 마련했지만 이 조치가 역으로 사업추진 일정을 지연시키며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특히 2번째 입찰 연기과정에서 보듯 행자부가 기술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한 입찰참여조건이 사업자간 과도한 경쟁과 맞물리면서 특정 사업자의 입찰참여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원 제조사의 공급 및 기술확약서 제공여부를 놓고 외산SW의 국내유통업체 D사와 국내 SI업체에 확약서 제공을 거부, SI업체들이 본사에 확약서를 받으러가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사업자가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입찰참여조건인 솔루션 기술 확약서 접수 마감일인 22일 조달청은 LG CNS가 제출한 확약서 중 1종(Vignette)에 대해 원 제조사측에서 효력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입찰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LG CNS측에 통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LG CNS는 “우리가 받은 확약서는 원 제조사의 본사에서 받은 것인데 이제 와서 효력 무효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조달청에 재검토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행자부, 예산 절감 등 장점 많다=행자부는 이번 사업이 규모가 크고 지방비와 국비가 절반씩 투입돼 지자체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 예산을 줄이기 위해 분할 발주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개발사업자에게 SW솔루션 공급권을 함께 부여할 경우 사업자들이 솔루션 공급과정에서 저가 제품을 집어넣어 폭리를 취할 가능성이 있고 안정성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솔루션 구입 예산을 절감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분할발주를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행자부는 예산절감에서는 효과를 봤다. 지난 달 HW 입찰마감 결과 구입비용을 예가(260억원) 보다 자그마치 30%나 절감했다. 이번 SW솔루션 선정과정에서도 공급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빚어지고 있어 예가(210억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입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전망=분할 발주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예산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로 요약된다.

 SI업계 관계자는 “분할발주 자체에 어떤 하자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과도한 경쟁을 유발, 사업자만 골병 들고 있다”며 “일정이 자꾸 연기되면 사업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SI업계의 관계자는 “개발사업자에게 SW공급까지 맡기는 것이 안정적인 개발을 보장하기 위해선 가장 좋은 방식”이라며 “개발에서 밑진 부분을 SW공급에서 보전하는 차원일 뿐 폭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할발주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행자부는 “분할발주 자체에 하자가 없고 사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용했으므로 현재로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행자부 일각에서는 “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반발할 경우 추진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2단계 사업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계속 택할지는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달라질 여지도 없지 않다.

 한편 전자정부전문위의 과제담당위원인 강영옥 위원(시정개발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를 보고받은 바 없고 논의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전문위 차원에서의 보다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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